환율 방어 명분으로 쓰이는 '서학개미 보호령'…신규 마케팅 사실상 중단
(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금융감독원이 연일 금융투자업계에 경고 메시지를 내고 있다. 사실상 해외 주식에 개인투자자가 유입되지 않도록 '막으라'는 수준의 강한 메시지가 읽힌다. 영업 중단까지 거론됐다.
금융감독원은 18일 오전 이찬진 원장의 주재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서학개미'에 대한 보호 조치가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금감원은 증권사의 해외증권 중개 경쟁이 과열되면서, 업계가 수수료 수익 확대에만 골몰한 나머지 투자자 보호를 뒷전으로 미뤄놨다고 봤다.
금감원은 "투자자 보호는 뒷전으로 한 채 눈앞의 단기적 수수료 수입 확대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닌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찬진 원장도 투자자 이익보다 실적을 우선시하는 증권사 영업행태를 강력히 질타하며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고 까지 경고했다.
그러면서 "위법·부당 행위가 발견될 경우 해외주식 영업 중단 등 최고 수준으로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투자자를 현혹하는 과장광고, 투자자의 위험 감수 능력에 맞지 않는 투자 권유, 투자 위험에 대한 불충분한 설명 등을 발견하면 지체 없이 조사에 나서겠다고 한 셈이다.
다만 금감원이 문제점을 보여주기 위해 열거한 근거는 강력한 경고에 비해 약해 보인다. 사실상 투자자 보호의 외피를 두른 환율 방어 대책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은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계좌 중 절반가량이 손실을 보고 있고, 특히 파생상품의 투자 손실이 3천700억원을 달한다는 점을 '투자자 보호 실패'의 근거로 댔다. 이와 함께 증권사의 해외증권 위탁매매수수료가 2년간 3배가량 오른 점을 비교하며 영업 행태 전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금감원은 관련 사안으로 업계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시작한 바 있다.
이달 초 정부는 관계부처와 함께 외환시장의 구조적 여건을 점검하겠다고 나섰다. 달러-원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한 데 따른 대응이다. 이때 금감원은 금융회사를 상대로 해외투자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조치가 작동했는지를 살피기로 했다.
이미 환율 '트리거'로 꼽힌 해외 투자 유행을 살피고, 우회적으로 증권사에 과도한 해외 투자를 유도하는 마케팅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낸 셈이다.
지난 3일 시작된 현장 점검은 2주째 진행 중이다. 그 사이 금감원은 증권사의 최고준법책임자(CCO)와 준법감시인을 소집해 똑같은 메시지를 냈다. 해외 주식을 투자하는 고객에 리스크를 확실히 전달하라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증권사들도 몸을 바짝 낮추고 있다. 해외 주식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했던 일부 증권사들은 최근의 분위기에 내년도 마케팅을 줄이기로 했다.
통상적으로 이어져 온 해외 주식 이벤트 참여 권유도 사라졌으며, 일부 증권사는 국내 주식과 관련한 이벤트를 열어 당국의 '코드'를 맞추기도 했다.
사실상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해외주식 관련 프로모션이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금감원은 주요 증권사 CEO를 대상으로 간담회도 개최했다. 영업 유인체계 자체를 손보라는 메시지가 전달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증권사들도 해외투자 행사 및 광고 등 관련 이벤트를 중단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ge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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