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 기자 데이빗 겔러스(David Gelles)는 2022년, 잭 웰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담은 저서 '잭 웰치: 자본주의를 망가뜨린 남자'라는 책을 썼다. 주주가치 극대화 즉, 서류 상 영업이익과 주가를 올리는 데에만 집착해 제조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제너럴일렉트릭(GE)을 빈껍데기만 남은 삼류 회사로 전락시켰다는 주장이다. 고(故) 잭 웰치 전 GE 회장은 2020년 3월 1일에 타계하였고, 더 이상 스스로 해명할 기회는 가질 수 없으니 전 세계적인 신경영 지도자였던 그와 많은 팬들에게는 무척이나 섭섭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매년 성과 하위 10% 직원들을 해고하여 '중성자 잭(Neutron Jack)'으로 불린 그는 '보다 비용이 싼 지역·외주업체로 생산을 아웃소싱 하지 않으면 공급업체 리스트에서 제외시키겠다'는 말을 했다고도 한다. 하여간 웰치 회장의 경영이 당시 너무나도 성공적이었기에, 많은 미국의 전통적 제조 기업 최고경영자(CEO)들 역시 그의 가차없는 해고, 해외 외주생산, 본업이 아닌 다른 분야로의 투자 확대를 추구하게 되었고, 이것이 최근 737 온라인카지노 경찰 벳무브 기종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보잉 사태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라고 겔러스는 진단한다.

세상에 없던 제품,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진정한 '제로 투 원' 혁신은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성공 확률도 낮다. 한 번 혁신 제품을 만든 기업을 이어받은 사람들은, 다시금 그 어려운 신화 창조를 시도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주가 부양을 위해 언론 플레이나 '재무 성형'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잡스가 손수 고용한 펩시의 재무 담당이 자신을 해고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가 거덜나 복귀 요청을 하자, 연봉 1달러를 받고 '아티스트'로서 복귀해 아이폰을 잉태한 일화도 유명하잖은가.

트럼프 관세도 GE, 보잉, 그리고 애플의 스토리와 무관치 않다. 신입 재무·상무장관 등 경제·통상 내각 요인들의 관점은 '장기 전략적 국가 이익'과 '단기 비용·효율 추구 및 소비' 둘 중에 전자(前者)를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건 좀 싸게 산다고 기둥뿌리 즉, 국가 제조업과 중산층 기반을 더 이상 팔아먹을 수 없다는 논리다. 계약기간이 짧은 전문경영인과 같이 사리사욕에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정치인들이 내건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를 어디까지 진심으로 받아들여야 될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미국 국민들은 행정부·상원·하원을 모두 트럼프 진영에 몰아줬다. 미래 30년을 규정할 개인과 조직의 경영 철학 역시, 다시 한 번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작되려 하는 것일까.

'단기 성과주의'에 대한 경고음은 대한민국 곳곳에서도 들려온다. 정치권은 논외로 하더라도, 상당수 한국의 대규모 기업집단에서는 계약기간 1~2년 남짓의 수천 명 임원들이 '수명연장'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 올해 실적이 조금 나빠지더라도, 다음 세대 그룹의 명운을 책임질 사업에 총대를 메고 나설 인사는 흔치 않을 것이다. 아니면 내년부터 더 이상 회사를 계속 다니는 건 어려우니, 지금 가진 권한을 활용해 안전장치(?)를 마련하려는 다른 생각으로 여념이 없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매 분기마다 서로 작년보다 내가 이만큼 잘했다는 홍보자료를 작성하고 있는 마당에, 진실로 넓은 시계(視界)와 안목으로 기업과 직원들을 살피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행정부 '순환보직'의 문제도 가볍지 않다. 부패 방지와 관료의 폭넓은 전문성 함양을 위해 매 2년마다 담당 분야를 계속 바꾼다는 요지다. 새로운 부서에 와서 전임자의 일을 보고 받고 구상하는 데 반 년을 쓰고, 자신의 업적으로 남길 만한 프로젝트를 하는데 1년 정도를 쓴 다음, 승진에 유리한 다음 부서를 모색하는 데 남은 시간을 쓴다고 한다.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전략산업과 무역·통상 문제를 다루는 한국 최고의 수뇌부 엘리트들이 전력으로 국가의 백년대계를 설계할 여유는 아마 심히 부족할 것으로 사료된다. 없는 성과를 쥐어 짜내는 '가짜 노동'이라는 말이 그냥 나오는 것은 아닐테니.

더 불안한 건 소명의식을 가진 '진국'들이 멸종 위기에 몰린 것인가라는 위기감이다. 특히 책임있는 위치와 자리에 대한 걱정이다. 학구열 높은 이 땅의 부모들이 피땀흘려 키워 낸 인재들이, 한국을 다시금 새로운 도약의 시대로 이끌 수 있는 올바른 방향으로 달려가지 못하고 지리멸렬하게 소진되어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다. 본받을 만한 어른과 롤모델, 가치와 도덕, 그리고 지향점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과연 어디를, 누구를 믿어야 할까.

피터 드러커는 경영자가 '뼈빠지게 일하면서, 시선은 먼 곳을 향해야 한다(Keep your nose to the grindstone while lifting your eyes to the hills)'는 말을 남겼다. 분명히, 한국의 경제인들은 매일 자신을 갈아넣고 있음에 틀림없다. 다만, 고개를 들어 미래를, 나아갈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가.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끝)

<저작권자 (c) 연합인포온라인카지노 경찰 벳무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본 기사는 인포온라인카지노 경찰 벳무브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1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온라인카지노 경찰 벳무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