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격화하고 있지만, 국내 증시가 급격한 가격 조정보다는 완만한 기간 조정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유가 상승 압력에 대응할 투자 대안으로는 에너지 인프라 관련 EPC(설계·조달·시공) 업종이 주목된다.
16일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이번 중동 사태가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작지만, 장기전 형태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 충돌이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린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반전의 계기를 모색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문제에 깊이 관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트럼프는 핵무기 사용이나 중동 전반으로의 확전이 아닌 이상 수수방관을 지속할 소지가 다분하다"며 "중동의 비극은 장기전 형태로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시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는 국제유가다. 김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증시의 추세적 하락을 촉발할 수 있는 '전환점(Tipping Point)'으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배럴당 85달러를 제시했다.
다만 현재의 초과 공급 상황과 OPEC+의 증산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유가가 85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중동 지정학적 불확실성 심화에 따른 국내 증시 영향은 급속한 가격 조정보다는 완만한 기간 조정 성격으로 한정될 것"이라며 "코스피는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 0.9배에 해당하는 2,780선에서 하방 지지력을 테스트하며 숨 고르기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신정부의 정책 기대감이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완충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기간 조정 장세에 대응할 투자 전략으로는 유가 상승에 민감한 종목과 유가에 둔감한 정책 수혜주로 압축 대응할 것을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국제유가 상승은 미국 에너지 기업의 모멘텀 강화를 거쳐 조선, 건설, 플랜트 기자재 등 한국 EPC 대표주의 전술적 유용성을 키운다"며 "EPC 밸류체인 대표주를 시장의 기간 조정 리스크를 헤지할 최우선 대안으로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주, 증권, 방산 등 국제유가와 무관하면서도 신정부 정책 모멘텀의 수혜를 받는 종목 역시 중동 리스크에 면역된 보완재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자동차, 유틸리티, 내구소비재, 미디어, 통신, 음식료 등은 유가 상승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업종으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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