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때 3년 한시 도입된 제도, 25년째 연장 반복

최근 10년간 13조2천669억원 과세이연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파마리서치의 인적분할은 25년간 지속되고 있는 조세 특혜 제도의 또 다른 활용 사례다. 대주주가 지배력을 강화하면서도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도록 해주는 '현물출자 과세이연' 제도가 당초 취지와 다르게 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세제한특례법상 '주식의 현물출자 등에 의한 지주회사의 설립 등에 대한 과세특례' 제도는 대주주가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할 때 양도소득세를 이연해주는 특례다. 지난해 말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이 제도로 과세이연된 금액만 13조2천669억원에 달한다.

◇ 외환위기 임시방편이 25년째 지속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시총 5위권 기업 파마리서치는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후 대주주가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해 지배권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현물출자는 과세가 이연될 가능성이 높다.

과세 이연 제도는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순환출자로 기업들이 연달아 무너질 때 도입됐다. 당시에는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지주회사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3년간만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25년이 지난 현재까지 일몰 연장이 반복되고 있다. 현재는 순환출자 해소와는 관련 없는 기업들도 지배력 확대와 승계를 위해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현물출자는 주식의 양도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대주주는 주식을 양도하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이 제도는 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처분' 시까지 미뤄주고 있다.

문제는 2010년 세법 개정으로 과세이연 중단 사유에서 상속 항목이 삭제되면서 과세이연 혜택이 '무기한' 이어질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삼양그룹 사례가 대표적이다. 삼양그룹 지배주주는 2012년 지주사 전환 당시 삼양사 지분을 현물출자한 대가로 삼양홀딩스 주식을 취득하면서 양도세 과세이연 혜택을 받았다. 2013년 지배주주 일원이 사망해 상속이 개시되자 국세청은 2017년 11억원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상속인 측이 조세심판청구를 거쳐 소송을 제기했고, 2019년 법원은 "상속인들이 망인으로부터 주식을 상속했을 뿐 양도 사실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상속을 원인으로 한 양도소득세 부과는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세청은 항소했지만 결국 화해종결했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2010년 세법 개정 시 '증여 또는 상속' 항목을 삭제하면서도 "처분에 포함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던 것과 모순된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기재부는 2016년 민원 회신에서도 "처분에는 양도뿐 아니라 상속이 포함된다"고 답변한 바 있다.

파마리서치의 분할 계획서에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성립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분할신설회사 지분에 대하여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는 정상수 회장이 보유한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할 때 조세특례법 혜택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지분율 30.48%에 해당하는 주식 가치가 1조원을 넘는 만큼, 양도소득세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이 제도의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원래 목적인 순환출자 해소 효과는 이미 달성한 상황에서 현재는 다른 목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제도가 폐지되면 대주주들의 지주회사 전환 동기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배력 강화를 위해 수백억 원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면 그만한 효용이 있는지 재검토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고 세금까지 깎아주는 이 제도를 지속할 이유가 없다"며 "순환출자 해소 본래 목적은 이미 달성했으니 지금이라도 폐지 입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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