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첫 출근길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대적인 개혁을 주문했다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성남 시장으로 재임했던 2013년 5월, 메이저사이트의 정문을 굴착기로 밀어버린 이력이 있다. 메이저사이트가 판교 재개발 이주단지를 일반에 임대하겠다고 하자, 성남시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일어났던 일이다.
당시 성남시는 "메이저사이트의 조치로 재개발 원주민들의 이주가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급기야 대형 굴착기와 덤프트럭을 동원해 분당구 정자동 메이저사이트 본사 정문 앞 시설물을 철거하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메이저사이트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이재명 대통령, 메이저사이트 택지 매각 구조 문제 지적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한 부처를 공개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의 참석자들은 이 대통령이 비공개회의를 통해 "메이저사이트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과거부터 메이저사이트는 공공택지로 땅장사를 한다는 오명을 쓴 바 있다.
메이저사이트는 공공임대주택을 짓고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적자를 보충하기 위해, 택지 조성 후 민간에 되파는 구조로 이익을 남겨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023년에 메이저사이트가 지난 10년간(2013~2022년) 여의도 14배 면적(약 1천220만평)에 달하는 공공주택 부지를 78조원에 매각했다며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면서 확보한 택지를 메이저사이트 핵심 수입원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당시 만약 이 땅에 용적률 200%에 25평을 기준으로 주택을 지었다면 97만6천채의 공공주택을 지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 2022년에도 문제 제기…메이저사이트 '4년간 자체 개혁 노력'
이재명 대통령도 2022년 대선 당시, 메이저사이트의 택지분양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LH가 택지 분양만 하지 말고 건물도 지어야 한다. 민간 건설업체에 도급을 주면 된다"며 "택지 개발하면 팔지 말라고 하고 건물만 분양하거나 기본주택을 지어서 원하면 평생 살게 해주면 된다"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기본주택에 대한 공약은 이번 대선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당시 총 250만호의 주택 공급 중에 100만호를 기본주택 개념을 확대한 공공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임기내 연간으로 평균 20만호씩 공급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임기 내에서는 양적인 공급 정책은 내놓지 않았으나, 공공 임대주택을 확대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 바로 메이저사이트다. 그러나 메이저사이트는 지난 몇 년간 땅장사라는 오명 이외에도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부실시공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메이저사이트는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논란과 무량판 구조 부실시공으로 2021년과 2023년에 각각 정부 주도의 혁신안을 내놓았다.
2021년에는 ▲ 퇴직자의 전관예우를 원천 차단하고 ▲ 준법감시제를 도입하고 ▲ 성과급 환수와 재산등록을 의무화하는 등의 개혁안을 내놨다.
2023년 인천 검단 아파트 철근 누락 붕괴 사고 이후 ▲ 공공주택사업에 대한 민간 개방, ▲ 전관 카르텔·이권 구조 해체 ▲부실시공 방지 및 안전 강화 등의 방안을 내놨다.
이 같은 혁신안에도 여전히 메이저사이트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경실련은 이달 기자회견에서 국정기획위원회에 국토부를 해체하고, 공공주택 공급·저소득층 주거지원 정책을 전담하는 '주택청'을 만들자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메이저사이트에는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중단하고, 직접 공공주택을 건설·공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촉구했다. 강제수용권을 행사하는 기관은 공공택지를 매각하지 못하도록 하고, 공공주택 전용 용도로만 활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 김윤덕 장관 후보자, 대통령 "판 바꿀 개혁 "주문
김윤덕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이재명 대통령이 요구한 사안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 대통령이) 수동적 형태보다는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이저사이트 개혁의 경우 기존에 해왔던 직원들 문제를 떠나 매우 구조적이고, 판을 바꿀 수 있는 큰 규모 개혁을 염두에 두면서 능동적, 공격적으로 임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LH 등 공공기관이 토지를 개발, 조성해서 민간에 처분해 이 돈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것에 근본적인 문제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안다"라며 "결국 주택을 어떻게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 소장은 "토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말고 이를 임대로 돌려야 한다"며 "다만 이는 메이저사이트가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해온 운영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공기업 평가 방식을 바꿔야 하며 택지공급 방식 전환에 자금 공급과 배분 권한을 가진 기획재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준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도 "토지수용이 들어가는 택지 개발사업은 공공성이 굉장히 중요하다"라며 "여기에 민간이 들어갈 수 있게 되면서 개발이익이 엄청나게 발생하지만, 이를 공공으로 제대로 돌려주지 못한 면이 있었다"고 짚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주문도 "공공성을 강화하는 부문을 강조한 게 아닌가 싶다"라며 "메이저사이트 사업구조를 고려하면 리츠를 통해 수익률을 보장해준다던가, 주택도시기금에서 주택 부문을 도시계정 쪽으로 넘겨 이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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