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초단기 안정자산에 투자한다고 소개된 'KODEX 미국머니마켓액티브 ETF'가 예상보다 큰 금리 민감도를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듀레이션이 짧다는 설명과 달리, 실제 가격 변동 위험은 10배가량 크다. 핵심은 이 펀드가 대거 담고 있는 변동금리부채권(FRN)이다. 리픽싱 주기만 반영한 듀레이션 산정 방식이 리스크를 가리고 있어, 투자자 판단에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KODEX 미국머니마켓액티브' ETF의 듀레이션은 0.12다.
삼성자산운용이 보유한 채권형 ETF 라인업 중 가장 민감도가 낮은 상품 중 하나다. 이 상품보다 듀레이션이 짧은 건 '단기변동금리부채권 액티브'(0.09)뿐이다.
그러나 연합인포맥스 집계에 따르면, 이 상품의 수정 듀레이션은 1.2 수준이다. 안내된 듀레이션보다 10배가량 길다. 자산에 포함된 달러 현금을 제외할 경우 듀레이션은 1.49까지 치솟는다.
회사 소개에 따르면 이 액티브 상품의 투자 포인트는 "안정자산인 미국 초단기 채권 등 단기자금 시장에 투자한다"는 점이다. 다만 달러 기반의 액티브ETF로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만큼, 머니마켓ETF나 이외의 초단기채권형 상품에서는 담기지 않았던 해외 기업의 FRN이 담겼다. 편입자산 중에서도 FRN이 45.35%로 가장 많다.
FRN은 시장의 금리에 따라 이자율이 변하는 옵션이 붙은 채권이다. 리픽싱 주기는 3개월이지만, 주로 3년에서 10년 미만의 기간으로 만기를 형성한다. ETF에서도 뱅크오브아메리카·HSBC 등 글로벌 금융기관이 발행한 5년 만기의 FRN을 담았다.
여기서 듀레이션의 함정이 시작된다. 변동금리부채권은 분기에 지급되는 다음 쿠폰금리의 지표인 준거금리가 시장 움직임에 따라 변동하지만, 채권 가격 민감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원금은 바뀌지 않는다.
삼성자산운용은 듀레이션에 대해 "시장 수익률 변동에 대한 채권 가격의 민감도를 의미한다"고 정의한다. 여기서 말하는 듀레이션의 진짜 의미는 표면상의 잔존 만기가 아닌 수정듀레이션에 더 가까워 보인다.
그럼에도 삼성자산운용은 리픽싱 주기를 따진 듀레이션(0.2)을 FRN에 적용했다. 실질은 5년 만기의 채권임에도, 잔존만기 3개월 이하의 초단기 고정금리채와 같은 듀레이션이 적용되며 남아있는 리스크를 가린다. 편입 FRN의 상당수가 명목 만기 2~5년임을 감안하면, 리픽싱 주기만 반영할 경우 만기 전 구간에 깔린 원금 상환 리스크가 계산에서 빠질 수밖에 없다.
가격 시뮬레이션 결과도 현재 표기된 듀레이션이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뒷받침한다. 10bp씩 시장금리가 변동한다고 할 때, ETF가 담은 채권의 가격은 옵션 조정 듀레이션과 유사하게 움직인다.
업계에서도 채권운용역이 이론적으로 배운 FRN의 듀레이션과 가격민감도 차이를 혼동하는 일이 잦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FRN의 듀레이션을 채권 만기의 크레딧 스프레드 듀레이션으로 표기하게 되면 금리 변동에 따른 자본 차익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며 "이는 오히려 투자자의 오해를 초래하기에 적절한 지표가 아니다"라고 했다.
또한 삼성자산운용 측은 기존의 머니마켓펀드(MMF) 규정을 차용해 해당 ETF를 개발했다고 항변한다. 금융투자업규정 제7-15조에서 변동금리부채권의 잔존 일수는 차기 이자조정일로 산정하도록 규정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MMF와 머니마켓ETF의 근본적인 차이를 무시한 설명이다. 장부가평가인 MMF와는 달리 ETF는 시가평가가 기본이다. 각 자산의 가격 변동이 실시간으로 ETF에 반영되는 셈이다. 심지어 MMF에서도 국채와 특수채를 제외하고는 1년보다 만기가 긴 자산에 투자하지 않는다.
애초에 MMF가 FRN의 듀레이션을 리픽싱 주기로 설정할 수 있었던 것도 장부가평가를 활용한 일종의 '특례'였다. 2009년 정부는 당시 '슈퍼 추경'으로 인해 늘어난 채권 물량을 시장이 소화할 수 있도록 운용사에 일부 편의를 봐줬다. MMF의 편입 자산 범위를 확대하는 것과 더불어, FRN의 듀레이션을 차기 이자 지급일인 1개월로 간주하도록 한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5년 만기 FRN의 듀레이션이 0.15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수치"라며 "이를 펀드 설명서·영업자료에 사용했다면 이는 고의적이거나 중과실성 투자 정보 왜곡"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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