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설마가 사람(시장) 잡는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채권시장 상황을 설명하기에 적절해 보인다. 한은의 연내 인하 신호가 있었지만, 인하가 없을 수 있다는 우려에 시장은 크게 밀렸다.
국고채 3년물 민평금리는 전일 2.60%까지 오르며 기준금리와 격차를 10bp 수준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긍정적인 면을 보자면 포워드가이던스(선제안내)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포워드가이던스가 현재 상황을 전제로 한 의견이고,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통위원이 찍는 18개 점의 존재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장 참가자의 셈법은 더 복잡해질 듯하다.
황건일 금통위원은 최근 강연에서 실험적으로 위원들이 1년의 레인지를 두고 2개 또는 3개의 점을 찍고 있다며 3개가 적절해 보인다고 언급했다.(연합인포맥스가 지난달 23일 송고한 황건일 "포워드가이던스 논란 있지만 미래 정보 제공 당연한 책무" 기사 참조)
일례로 한 금통위원이 1년 이후 기준금리가 현재보다 25bp 낮아야 한다고 확신한다면 3개 점을 2.25%에 찍겠지만, 확신의 정도가 약하다면 한두 개의 점은 동결에 찍을 수 있다.
포워드가이던스 기준으로 보면 두 경우 모두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점에서 같지만, 확신의 정도엔 상당히 차이가 있는 셈이다. 연준처럼 중간값을 찾는다면 수치 자체가 변할 수도 있다.
추석 연휴를 지나면서 금통위원의 점이 어느 방향으로 이동할지 관심이 간다. 데이터를 아직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 점이 어디에 찍혔는지도 알 방법은 없다.
그러나 최근 주택시장 반등 조짐이 뚜렷해진 데다 환율이 오른 점을 고려하면 인하 필요성의 확신 정도가 줄지 않았을지 추정해볼 뿐이다.
민생지원금 영향에 반등하던 내수가 최근 주춤하는 양상을 보고선 도비시하게 해석하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체감 경기와 무관하게 반도체 수출이 크게 호조를 보이는 점은 인하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상당수 점이 매파적으로 움직였을 가능성을 감안해도 최근 시장 반응이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채권시장이 찍은 1년 후 기준금리를 나타내는 점은 대략 2.48% 수준이다. 전일 IRS 시장에 형성된 1년 후 91일물 CD 선도금리를 추정한 결과다. 18개의 점이 있다면 대략 17개 점이 2.50%에 찍히고, 단 하나의 점만이 2.25%에 찍힌 셈이다.
대미투자 관련 불확실성에 시장이 오버슈팅하면서 원화와 중단기 구간 채권 금리에 약세 압력으로 크게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있다. 한때 1,410원까지 치솟았던 달러-원 환율은 다소 안정된 상황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이 경로를 따를지 관심이 간다.
계절적으론 분기 말을 지났고, 세계국채지수(WGBI) 리뷰 발표란 특수 요인도 연휴 간 해소될 전망이다.
대미투자와 WGBI 관련 불확실성이 완화하는 국면에 들어선다면 이에 영향을 받아 약해졌던 부분은 회복할 수 있다. WGBI는 지난번 편입 시작 시점 연기에 따른 트라우마가 시장에 크게 작용했을 수 있다. 이번 리뷰에선 '무소식이 희소식'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고민을 하던 중 시장은 어느덧 역캐리를 극복한 상황이다. 국고채 3년물의 전일 민평금리는 2.600%로 전일 레포금리 2.560%(가중평균)를 넘어섰다.
긴 연휴를 앞두고 몸은 쉬어야겠지만, 돈이 늘면서 성과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면 안 된다는 방향으로 생각이 흐를 수 있다.

◇ 韓·美 지표 깜깜이 속 멈춰 선 재료의 전개
당분간 민감 지표에 대한 깜깜이 장세가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펼쳐진다는 점도 흥미롭다. 결로 보면 한국은 약세 재료인 주택지표, 미국은 강세 재료인 고용지표가 발표를 멈춘다.
최근 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은 각자 책무에 따라 각각 금융안정과 최대고용에 중점을 두면서 두 지표 민감도가 커진 상황이다.
국내를 보면 한국부동산원이 주간 단위로 공개하던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결과가 추석 연휴를 맞아 9일 발표를 건너뛴다. 대신 2주간 변동률을 16일 공표한다.
추석 밥상 대화 이후 최근 일부 인기 지역의 강세 분위기가 더 심화할 것이란 시각도 있지만, 시장은 이러한 시나리오를 상당 부분 각오한 상황으로 보인다.
미국 셧다운은 어떤 방향의 재료로 볼지 판단이 더 복잡하다.
통상 과거에는 셧다운 가능성 자체가 안전자산 선호를 촉발하면서 채권시장에 강세 재료로 작용했다.
다만 현시점에선 재정 관련 우려가 지속해서 약세 재료로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고용 보고서에 기대를 거는 기류가 강했다. 일방적으로 밀렸던 약세 분위기를 반전할 기회가 사라지거나 약해진 셈이다.
다행스럽게도 민간 고용지표 발표에 강세가 진행되긴 했지만, 쐐기를 박는 정부의 고용 보고서 공개가 아쉽기도 하다. 한편으론 경험상 ADP 보고서와 고용보고서의 방향이 엇갈렸던 점을 고려하면 고용보고서가 나오진 않는 상황이 나을 수도 있다.
ADP 민간 고용보고서는 실제 급여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신뢰성이 높지만 정부 부문을 포함하지 않는다.
정부 부문 고용 상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어쨌든 강세 재료로 진행이 예고된 점도 눈길을 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이 지속할 경우 공무원을 대규모 해고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1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 업무정지(셧다운)에 따른 인력 감축 관련 "대통령은 내각에 지시를 내렸고, 예산관리국(OMB)은 전 부처와 협력해 어디에서 감축이 가능한지 확인 중"이라고 했다.
과거 셧다운과 이번이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실제 셧다운을 대규모 구조조정 기회로 삼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좀처럼 꺾이지 않는 미국 주식 등 위험자산 흐름도 약세 재료로 경계할 부분이다. 셧다운이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 대비 제한적이라 해석할 여지도 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미국 주식 최고 전략가는 S&P500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주식 투자자 심리지표는 마이너스(-) 0.3 수준에 불과하다며 가벼운 포지션이 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 관련 이슈도 주시할 재료다. 셧다운에도 정부의 필수 업무인 미 국채 발행은 차질 없이 진행된다.
현지 시각으로 오는 7일 3년물 580억달러, 8일 10년물 390억달러, 9일 220억달러 규모 미 국채가 발행된다. 수요가 평소보다 약할 경우 셧다운 국면과 맞물려 큰 파급효과를 내지 않을지 신경 쓰인다. (경제부 시장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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