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65일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시 마주 앉는다.
한미 정상은 29일 경상북도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두달 여만에 다시 대좌하게 되는 데, 지난 8월 워싱턴 회담 이후 난항을 겪고 있는 무역·투자·안보 현안을 풀어내고자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이번 만남에서 '톱다운' 방식의 극적인 결론 도출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지만, 최근 양국 협상의 상황으로 볼최종적인 타결까지는 녹록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1박2일간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귀국한 뒤 전날 경주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공식 외부 일정 없이 참모진과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보고와 준비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달에만 두 차례 방미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상대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지속해 설득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김 장관은 지난 주말 이후에도 러트닉 상무장관과 두 차례 이상 화상회의를 열고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과 집행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현금 투자 한도와 투자 방식 등 한 두가지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혀지지 않은 채 평행선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양국 간 이견의 핵심은 '투자 한도'로 좁혀진 상황에서 150억~250억달러의 현금 투자를 8~10년간 분할 투자하는 방안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 방식'을 두고도 양국 간 입장차는 여전하다.
미국 측은 정부가 특수목적기구 등을 활용한 현금 투자의 일본식 모델을 원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보증과 대출을 활용해 민간 기업 주도의 투자가 중심이 되는 유럽연합(EU)의 방식을 모델로 선호한다.
이 대통령 역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한국의 사정을 감안해 합리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면서 "일본도 하나의 준거가 될 수 있지만 예를 들면 유럽과 미국의 협상이 준거가 될 수도 있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협상이 지연된다고 해서 실패를 뜻하지는 않는다"며 관세협상의 장기화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역시 말레이시아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미국 대통령 전용기에서 한미 관세협상의 최종 타결 여부를 두고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I think not quite)" 고 답하기도 했다.
만약 한미 정상 차원의 결단을 내리는 데 실패한다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전체적인 틀만 발표하거나, 아예 합의사항을 발표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톱다운' 방식의 극적 타결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통상 당국 관계자는 "APEC 일정에 쫓겨 무리하게 최종 타결을 하는 것은 정부 안이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타결이 불가능한 상황도 아니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고 다양한 채널을 가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역시 막판까지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러트닉 장관과 정상회담 전에 직접 만나 막판 조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워싱턴 회담을 앞두고도 한미 양국 협상단의 중심축인 이들이 실무협상을 이어간 만큼, 여전히 최종 타결을 위한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자주 오가는 것은 좋은 시그널"이라며 "아직 (미국과의) 채널은 열려있다"고 귀띔했다.
관세협상이 최종 타결된다면 양국은 합의안을 양해각서(MOU) 형태로 공식 문서화할 전망이다.
만약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최종 타결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공동 합의문이나 팩트시트 형태의 관세와 안보 이슈를 총망라한 약식 문서 정도가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한미 양국은 관세를 제외한 안보 분야에서는 방위비 인상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화, 원자력협정 개정 등 안보 현안에 대해서는 이견을 크게 좁힌 상태다.
한미 정상회담의 일정 조율이 쉽지 않은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앞서 합의 단계에 이른 '안보 분야'에 대해서만 공동 성명 등의 형태가 발표될 여지도 있다.
안보 분야의 협력을 지렛대 삼아 향후 장기화 할 수 있는 관세 협상을 긍정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시나리오다.
그럼에도 이같은 장밋빛 전망의 반대편엔 '노딜'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여전하다.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대통령실은 신중한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강훈식 비서실장이 책상에 손을 올린 채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하고 있다. 2025.9.1[백악관 플리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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