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이번 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한미정상회담에서 최종 타결을 목표로 했던 한미 관세협상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핵심 쟁점인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패키지를 두고 양국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앞서 무역협상을 마무리 한 일본과 유럽연합(EU) 모델을 두고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날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은 지난 27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이 최종 타결될 가능성과 관련, "현재 진행되는 것을 볼 때 이번에 바로 타결되기는 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차장은 "특별하게 APEC 정상회의를 목표로 두거나, 그 계기에 있는 한미 정상회담을 목표로 두고 관세 협상을 하진 않았다"며 "상업적 합리성과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가를 보고 협상단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한미 양국 간의 관세협상은 대미투자 펀드의 한도와 방식을 두고 한 두 가지 쟁점 사항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미국 측은 우리 정부가 제안한 '분할투자' 방안에 대해 현금으로 조속한 집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잔존 임기 3년 안에 최대한 많은 금액의 현찰을 미국에 투자하라는 뜻이다.

이는 우리 정부가 외환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연간 150억~200억달러, 8~10년 분할투자를 제안한 것 보다 더 많은 규모를 짧은 기간 내 집행하라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어떻게 투자를 이어갈 지도 핵심적인 논의 사항 중 하나다.

이재명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공개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일본이 아니다"라고 언급하며 일본식 현금 투자 구조보다는 기업 주도의 EU형 모델에 정부 입장이 가까움을 피력했다.

5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일본은 정부가 특수목적기구 등을 통한 대규모 현금 투자와 관세율 인하를 맞교환했다.

반면 EU는 6천억달러를 투자하되, 민간 기업 주도의 투자가 중심이 되도록 했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규제 완화와 금융 지원 역할에 머무는 정도다.

상업적 합리성을 우선 고려사항을 두고 있는 우리 정부가 이번 협상의 '준거 모델'로 거론한 방식은 EU인 셈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한국은 한국의 사정을 감안해 합리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면서 "일본도 하나의 준거가 될 수 있지만 예를 들면 유럽과 미국의 협상이 준거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EU 사례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EU 모델은 정부 주도의 현찰 투자가 핵심이 아니라는 점이 그간 보증과 대출 등을 중심으로 한 투자를 언급해온 우리 정부의 제안과 유사하다.

이에 지난 7월 EU는 미국과 상호관세 및 자동차 품목관세를 15%로 낮추는 무역협정에 합의한 뒤 공동 성명을 통해 이 같은 모델을 최종 확정했다.

이 대통령의 EU식 모델에 대한 언급이 공식적으로 이루어진 만큼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듯대미 관세 협상을 총괄하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주말 이후 최근까지 두 차례 이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화상 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렇더라도 관세 협상의 최종 타결까지는 물리적인 시간이 꽤 소요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최근 김용범 정책실장을 비롯한 범 정부 협상단 역시 두 차례 방미 이후 관세협상 타결에 대한 신중론을 꺼내든 것도 같은 배경에서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국익 최우선을 원칙으로 다양한 시나리오 안에 협상단이 신중을 기해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세협상, 정상회담 계기로 극적합의?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아세안 정상회의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정상외교 슈퍼위크’ 막이 올랐다. 한국과 미국은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을 놓고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 가운데 정상회담을 계기로 극적 합의가 이뤄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6일 정부서울청사에 걸린 APEC 홍보 현수막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민단체의 현수막이 대조적이다. 2025.10.26 ha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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