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효성중공업 지분 4.9%를 미국계 글로벌 테크펀드에 매각했다. 이번 매각은 단순한 지분 매각을 넘어, 조 회장의 차입 구조와 연결된 복합적 자금 흐름이 얽혀 눈길을 끌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효성중공업은 23일 공시를 통해 조 회장이 보유한 지분 14.9% 가운데 4.9%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고 밝혔다. 주당 매각가는 56만8천100원으로 전일 종가(59만3천원) 대비 약 4.2% 할인된 수준이며, 총거래 규모는 약 2천595억 원에 달했다.

거래의 상대방은 효성중공업에 중장기 투자를 희망하는 미국계 글로벌 '탑 티어' 테크펀드로 알려졌다. 산업기반 에너지와 수소사업을 동시에 전개하는 효성중공업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거래는 지난해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의 별세 이후 본격화된 상속세 납부 과정의 일환으로 해석됐다. 조 회장은 ㈜효성,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상속받았으며, 이에 따라 막대한 상속세 납부 의무가 발생했다.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이미 조현준 회장은 주요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6천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았다. 조 회장은 앞서 효성중공업 지분 4.9%를 담보로 약 1천300억원을 차입했으며, 효성 주식 담보 대출도 2천454억 원에 달했다.

여기에 효성티앤씨 지분 담보로 1천776억원, 효성화학 지분 담보로 약 1천210억 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적으로 보면 조 회장은 그룹 4개 상장사 지분을 담보로 총 7천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시장에서 확보한 셈이다.

이 가운데 일부는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의 상속세 납부 재원으로, 일부는 기존 대출 상환 등에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지분 담보 대출과 현금화 작업이 병행되고 있는 배경에는 단순한 세금 납부를 넘어, 그룹 차원의 재무구조 안정화와 조 회장 개인의 레버리지 축소 전략이 맞물려 있다. 현재 주식담보 대출의 이자율은 평균 5% 안팎으로, 중장기적으로 부담스럽다. 지분 매각을 통한 일시적 유동성 확보가 주담대보다 더 효율적인 것으로 판단됐다.

지분 일부 매각에도 불구하고, 조 회장의 효성그룹 지배구조에는 당장 큰 변화는 없다. 조현준 회장은 지주사인 ㈜효성의 지분 약 41%를 보유한 최대 주주며, ㈜효성은 효성중공업 지분 약 32.5%를 보유하고 있다.

klkim@yna.co.kr

(끝)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3시 56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