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은별 기자 = 지난해 주요 대기업이 가장 많이 지키지 않은 '지배구조 지표'는 집중투표제 채택과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집중투표제 등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기간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으로, 새 정부 기조하에서 지배구조 지표 준수율이 개선될지 여부가 주목됐다.
5일 전자공시시스템(DART) 등에 따르면 현대자동차[005380]는 지난해 지배구조 핵심지표 15개 중 12개를 준수했다.
지키지 못한 3가지 지표는 집중투표제,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여부, 독립적인 내부 감사 조직 설치 등이었다.
이 중 집중투표제와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여부는 많은 대기업이 공통적으로 지키지 못한 지표다.
HD현대·두산·효성·HS효성·한국앤컴퍼니·포스코퓨처엠 등 다수 기업 집단 지주사나 계열사가 해당 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두 가지 제도 모두 이사회 장악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다수 기업이 이를 기피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이 중 집중투표제의 경우, 현행 상법이 집중투표제를 기업 정관으로 배제할 수 있도록 하면서 대부분의 기업이 이를 통해 집중투표제를 회피하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기간 집중투표제 도입을 정관으로 배제할 수 없게 하겠다는 공약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사실상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다가왔다는 평이 나온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새로 내놓은 상법 개정안에도 집중투표제 확대의 내용이 담겼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보유 주식 수에 선임 이사 수를 곱한 만큼 의결권을 가지게 되는 제도다. 의무화되면 소액주주가 실질적으로 이사 선임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된다.
재계에서는 집중투표제 도입 시 외국계 사모펀드에 의한 경영권 위협 등을 우려하고 있다.
권용수 건국대 교수 연구(한경협 의뢰)에 따르면, 일본은 1950년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했다가 외국 자본으로부터의 경영권 방어와 주주 간 파벌 싸움 등의 이유로 1974년 의무화를 폐지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즉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것 역시 기업의 주요 '미준수 지배구조 지표'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것이 국내에선 자연스럽지만, 이는 경영진의 사익 추구 가능성을 키우고 이사회 견제 기능을 약화한다는 것이 국제 학계의 주된 해석이다.
국내에선 주요 기업이 대부분 오너 경영 중심인 만큼 오너가 이사회 의장직에서 손을 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현대차 이사회 의장은 정의선 회장, 두산 이사회 의장은 박정원 회장인 등 대부분 총수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에서 상법 개정안을 필두로 지배구조 개편 압박이 가중되면서, 주요 지배구조 지표 준수율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이에 따른 법적 리스크에 대응하는 데에 힘써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법무법인 율촌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 후 보고서를 통해 "상법 개정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정 경제 실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정책"이라면서 "단기적으로는 기업에 법적 리스크 부담을 가중하고, 지배구조 개편 압력과 자본금 등 재무 전략 수정, R&D 투자 저하 등 경영 관련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대응 방안으로 지배구조 선제 개선, 집중투표제를 대비한 정기 IR 등 소액 주주 설득 전략 마련,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도입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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