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영국 국채 시장이 3년 전 기억을 떠올릴 만큼 크게 출렁였다. 영국 시장은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드는 채권자경단에 구조적으로 취약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4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영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2일(현지시간) 장중 4.6296%까지 오르며 하루 만에 16bp 넘게 급등했다. 대규모 감세안을 내세운 리즈 트러스 내각의 '트러스노믹스'로 채권 시장이 발작했던 2022년 이후 가장 급격한 채권 매도세였다.

이번 혼란은 정부의 재정 우려를 바탕으로 한 전형적인 온라인카지노 처벌자경단의 공격이었다. 재정 준칙을 강조해 온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의 거취 문제가 불거지자 시장이 바로 움직인 것이다.

지난 2022년과 상황이 근본적으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당시에는 감세 추진에 따른 재정 부족 우려가 부상했고, 이번에는 복지 예산 확대에 따른 재정 지출 증가 우려가 리브스 장관의 거취와 연관되며 더욱더 불거졌다.

영국 국채 시장이 이렇게 정부 재정 문제에 크게 휘둘리는 데에는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국채 투자자는 대상국의 재정 문제에 국내 투자자보다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통계청(ONS) 등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기준 외국인 투자자들은 영국 정부 부채 가운데 32%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큰 비중이며, 세계 금융 위기를 제외하면 역대 최대 규모다.

이런 외국인 비중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비슷할 정도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다음으로 영국 국채의 장기물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 정치 리스크 같은 외부 요인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편이다.

영국 재무부의 채권 발행 계획에 따르면 2025~2026년 30년물 국채의 신규 발행은 전체의 8.9%를 차지하는데, 발행 잔액 기준 30년물 비중은 약 10% 내외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영국 재무부 산하 예산책임국(OBR)은 몇 해 전 보고서를 통해 영국 국채의 평균 만기는 다른 대부분의 선진국 국채보다 길다고 평가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3년 전의 기억과 불안정한 정치 구도를 살펴볼 수 있다.

현재 영국 정권은 형식적으로는 노동당(좌파) 정권이지만, 정책 기조는 전통적인 좌파보다는 재정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중도 우파에 가깝다.

이는 3년 전의 경험으로 온라인카지노 처벌시장이 조금만 불안해도 금리가 요동친다는 것을 노동당 정권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급진적인 좌파 이미지로 잃어버렸던 중도 유권자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선거 전략도 작용했다.

이렇게 좌파 정권이 과거 전통과 벗어난 재정 준칙을 강조한 까닭에 시장은 보다 쉽게 정책 기조가 뒤바뀔 수 있다는 의구심을 품고 있는 편이다.

삭소뱅크는 "영국 국채금리는 (이미) 오르고 있었지만, 리브스 장관이 완전히 동요된 것처럼 보이며 급등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XTB의 캐슬린 브룩스 리서치 디렉터는 "시장은 보다 좌파적인 성향의 차기 재무장관의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했던 것"이라며 "온라인카지노 처벌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온라인카지노 처벌자경단을 잠에서 깨웠다"고 평가했다.

영국 10년 만기 국채금리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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