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이자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는 여타기업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기준 언어'다. 한국어 아닌 영어가 기준이다.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동시통역 덕에 대다수의 국내 투자자는 이를 눈치채지 못한다. 하지만 자세히 듣다 보면 종종 띄어 읽기 등이 부자연스럽다는 걸 알 수 있다. 실시간 통역의 한계다.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삼성전자[005930]는 매 분기 확정 실적 발표 직후 실적발표 컨콜을 진행한다. 투자자들에게 사업부별 세부 실적과 전망을 설명해 투자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적극적인 기업설명회(IR) 개최는 대표적인 주주 친화 정책 중 하나다.

소액주주부터 기관, 외국인 등 수많은 국내외 투자자가 컨콜을 청취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역시 여기서 나온 질의응답(Q&A)을 바탕으로 리포트를 작성한다. 투자자들은 컨콜 접속에 앞서 한국어와 영어 등 두 가지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더 편한 언어를 고르면 된다.

컨콜 진행 순서는 매 분기 유사하다. 크게 나눠보면 사업부별 발표와 Q&A로 구성된다.

지난달 31일 열린 '2025년 2분기 실적발표 컨콜'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IR 팀장인 다니엘 오 부사장이 실적과 시설투자, 지속 가능 경영 등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맡았다.

이후 박순철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하반기 전망과 주주환원 정책에 관해 설명했다. 그다음엔 마이크가 사업부별 임원들에게 넘어갔다. 이들은 돌아가며 해당 부문의 2분기 실적을 리뷰하고 하반기 전망을 제시했다.

DS(반도체) 부문에선 김재준 부사장(메모리)과 권혁만 상무(시스템LSI), 노미정 상무(파운드리)가 참여했고, 삼성디스플레이에선 박준영 부사장이 대표로 나왔다. 모바일(MX)과 영상디스플레이(VD)는 다니엘 아라우호 상무와 노경래 부사장이 각각 자리했다.

진행을 맡은 다니엘 오 부사장의 첫인사부터 박순철 CFO의 하반기 전망 발표, 노경래 부사장의 VD 사업 설명까지 모두 '영어'로 진행됐다. 그리고 이를 통역사들이 곧장 한국어로 통역했다.

이에 영어 컨콜에선 해당 임원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었지만, 한국어 컨콜에선 통역사의 목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다만 영어를 한국어로 바꾸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띄어 읽기 등이 어색한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어조 등을 통해 경영진이 강조하려는 부분을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준비한 발표가 끝나고 Q&A로 넘어갈 때 "지금부터는 한국어로 진행된다"는 안내가 나왔다. Q&A는 국내외 애널리스트들이 함께 참여하는 만큼 순차 통역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는 한국어를 기본 언어로 설정한 다른 기업들과 차이가 있다.

대표적으로 LG전자[066570]를 꼽을 수 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와 컨콜의 전체적인 포맷이 비슷하다.

지난달 25일 컨콜에서 IR 담당 박원재 상무가 진행을 맡고, 김창태 CFO(부사장)가 전반적인 경영실적과 성장 방향성에 대해 말했다. 이후 사업본부별 경영관리 담당 임원이 차례로 나와 분기 실적과 전망 등에 관해 설명했다.

다만 LG전자는 한국어가 기본이고, 이를 바탕으로 영어 동시통역을 진행했다.

시가총액 2위, 3위 기업인 SK하이닉스[000660]와 LG에너지솔루션[373220]도 마찬가지다. 이들 역시 경영진이 한국어로 실적과 향후 전략 등에 대해 발표하고, 이를 영어로 통역하는 구조다. Q&A는 모두가 순차 통역 방식을 쓰고 있다.

2024년 1월~2025년 8월 삼성전자 주식 외국인 보유율(파란색)
[출처: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3265)]

삼성전자는 글로벌 투자자들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자들을 위해 영어를 기본으로 진행하고, 한국어 동시통역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식의 외국인 보유 비율은 지난 8일 기준 50.61%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처음으로 동시통역 방식의 컨콜을 도입했다. 국내 기업 최초였다. 이전까지는 한국어와 영어 컨콜을 각각 실시했다. (산업부 유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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