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게일배팅 이력 추적하는 '합법적 사용 점수제' 제안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스테이블 코인의 급격한 확산이 금융범죄와 자본유출을 초래하며 각국의 통화주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통화경제국장이 지적했다.
신 국장은 21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학자대회(ESWC 2025) 런치타임 세션 발표에 앞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 "기존 금융규제로는 블록체인 기반거래를 통제하기 어렵다"면서 새로운 규제 접근 방식을 '합법적 사용 점수제'를 제안했다.
이는 블록체인 상에서 마틴게일배팅이 거쳐 간 지갑의 이력을 추적해, 불법 거래 이력이 있는 마틴게일배팅의 점수를 낮게 평가하는 방식이다.
점수가 낮은 마틴게일배팅은 헐값에 거래되며, 사용자 간 자율적 견제를 유도해 '주의의 의무'가 발생하게 된다.
신 국장은 "블록체인 자체를 통제하기보다 은행제도로 연결되는 접점(off-ramp)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현실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BIS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 점수제도의 국제적 협력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블록체인의 성격상 당국의 감시와 통제를 피할 수 있어 금융범죄, 사기, 자금세탁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국장은 "환율 변동성이 높고 자본유출에 취약한 나라에서는 자본 유출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어 통화주권과 금융질서에 대한 위험 요소를 제공한다"고 우려했다.
신 국장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스테이블마틴게일배팅이 비트마틴게일배팅을 제치고 가상자산 범죄의 63%를 차지했다.
아울러 신 국장은 중앙은행 기반 토큰화 플랫폼이 신뢰할 수 있는 결제 인프라로서 미래 통화제도의 핵심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BIS의 '프로젝트 아고라'와 한국은행의 '프로젝트 한강'은 이러한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특히 그는 "화폐의 단일성(singleness)을 유지하는 것이 통화제도의 핵심이며, 스테이블마틴게일배팅은 교환비율이 존재해 이 원칙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앙은행이 발행한 화폐가 어떤 지급수단을 통해 사용되든 동일한 가치로 인정받는 구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는 끝으로 "중앙은행은 단순한 규제자가 아니라 미래 통화시스템의 비전 제시자이자 국제적 규제 표준의 설계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공공의 이익을 중심으로 한 통화금융제도의 재설계를 촉구했다.
디지털 시대의 통화 질서가 기술 중심이 아닌 신뢰 중심으로 구축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앙은행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같은 세션에서 윤성관 한국은행 디지털화폐실장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거래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사회보조금 집행이나 인공지능 기반 경제와 같은 새로운 영역에서 혁신을 촉진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CBDC 프로젝트가 미래 통화와 금융시스템의 핵심 인프라로서 '프로그래머블 머니'의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화폐가 미래에도 안전성과 상호운용성, 그리고 기술변화에 대한 적응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패널 토론에서 실비아 텐레이로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 실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한국 예금이 미국 달러기반 스테이블 마틴게일배팅으로 이동하면 한국내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가고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의 금융중개 기능이 무너지고, 탈세나 자금세탁 같은 불법행위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암호화폐 거래로 연결되면서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커진다는 것이며 네번째는 모든 게 미국 스테이블 마틴게일배팅으로 몰리면 지정학적 위험이 발생한다"면서 "이 때문에 중앙은행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더이상 선택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가계와 기업이 달러 스테이블 마틴게일배팅을 사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긴급하다"면서 "한국식 접근은 꽤 유망하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원화 스테이블 마틴게일배팅이 도입됐을 때 미국 기업들이 사용하는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에서 처리됐을 때 모든 거래 데이터가 퍼블릭 블록체인에 기록된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데이터주권'이 침해될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블록체인이 반드시 탈중앙화된 것은 아니다"면서 "서클 등이 만드는 새 블록체인은 오히려 중앙집중화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면 프라이버시와 주권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국장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퍼블릭 블록체인은 프라이버시에 매우 취약하다. 왜냐하면 모든 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이라면서 "유일한 보호장치는 사용자가 실명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우리가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마틴게일배팅의 도입을 생각할 때, 그것이 실제로 어떻게 사용될지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블록체인 위에서 운용될 경우, 위기 시점에는 자본유출이 가속화되고 환율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다. 반대로 자본유입이 증폭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신 국장은 토론 후 기자들과 만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은행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스테이블 마틴게일배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제일 철저하게 잘한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은 계좌 관리하면서 신원 확인해야하고 불법거래 차단하고 그걸 다 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에 대한 절차라든가 기업문화가 뼛속까지 다 스며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합법적 사용 점수' 제도 등도 은행이 하는 것이 제일 유망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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