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수출 호조세에 한정판 완판 영향
'케데헌' 신라면, 미국 현지 판매 성과 관건
삼양식품 수출 주도…신라면 툼바 부진도 부담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수인 기자 = 농심이 글로벌 흥행작인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의 협업 효과, 라면 수출 실적 호조 등으로 주가가 하루 19%까지 급등했다. 이런 주가 상승세에도 향후 실적 기여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12일 연합인포맥스 현재가(화면번호 3111) 화면에 따르면 지난 11일 농심 주가는 전날 대비 19.17% 치솟은 48만8천 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으며, 지난해 6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59만9천원)에도 한발 다가섰다.
한국투자증권은 전날 발표된 9월 1일~10일 라면 수출 금액 잠정치가 전년 동기 대비 46.0% 증가했다며 라면 업체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농심뿐 아니라11일 삼양식품과 오뚜기 주가 역시 전일 대비 각각 5.23%, 3.68% 오른 채 장을 마쳤다.
농심의 경우 라면주 상승 흐름에 더해 케데헌과 협업한 한정판 완판 효과가 투자심리를 더욱 자극했다고 분석됐다.
농심은 지난 달 29일 케데헌 협업 한정판 신라면 1천 세트가 판매 시작 1분 40초 만에 완판됐다고 전했다. 현재는 농심몰에서 2차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회사는 이달 말부터 케데헌 캐릭터를 입힌 신라면 상품을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판매할 계획도 밝혔다.
다만 케데헌 효과가 중장기적으로 실적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라고 전망됐다.
이번 주가 상승에 수출 호조세 영향이 컸다고는 하지만, 현재 라면 수출시장에서 삼양식품의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발간된 양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면류 수출액은 삼양식품이 8천350억 원, 농심은 1천222억 원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1~7월 누적 라면 수출 금액 중 삼양식품으로 추정되는 수출 금액이 66.4%를 차지했다"고 언급했다.
향후 주가 상승세를 따져보기 위해서는 미국 현지 판매의 초기 반응을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진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어린 미국 케데헌 팬들이 매운 신라면을 잘 먹을 수 있을지 우려되기도 한다"며 "재구매율로 이어질지 여부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북미 시장 확대라는 중장기 성장 과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최근 성적표는 녹록지 않았다. 농심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한 8천677억 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1% 줄어든 402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판촉비와 매출원가 증가, 북미 지역 간 거래에서 관세 부담 등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신제품 신라면 툼바의 해외 시장 성과가 부진한 점도 주목됐다.
박성호 LS증권 연구원은 "북미 법인의 경우 관세 부과로 인한 북미 간 수출 감소 및 소비 둔화 영향으로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5% 역성장했다"며 "신라면 툼바의 메인스트림 입점률은 여전히 저조한 상황으로 파악된다"고 평가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미국 법인 가격 인상 효과는 지속되나, 전반적인 판매량 성장세는 부진하다"며 "특히 기대를 모았던 신제품 신라면 툼바는 일본 시장 외에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가 급등세 뒤에 숨은 과제는 결국 실적이다. 농심이 케데헌 효과를 매출 성장으로 연결해낼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린다.
sijung@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