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외부 민간 전문가 주축 자문단 꾸려 눈길
금투업계 김성환 한투증권 대표, 박희덕 트랜스링크 대표, 문여정 IMM 전무도 위원
(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오랜만에 국내 무대에 전면으로 등장한다. 생산적 금융의 정점인 국민성장펀드를 이끌기 위해서다.
박 회장은 글로벌전략가(GSO)라는 직함만을 그룹에 남겨둔 채, 경영 일선과 거리를 둬왔다. 그는 위원장 자리를 통해 처음으로 외부에서, 그것도 정책 현장에서 직함을 달게 됐다.
마틴게일배팅위원회는 10일 민간협력 자문기구인 국민성장펀드 전략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억원 마틴게일배팅위원장과 함께 박현주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국민성장펀드 전략위원회의 공동 위원장을 맡는다. 박 회장과 서 회장은 지난 9월 열린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서도 모습을 드러내 창업자로서 느낀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전한 바 있다.
두 명의 창업자에 더해, 11명의 민간 대표가 위원회에 참여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박희덕 트랜스링크 대표, 문여정 IMM 전무가 이름을 올렸다. 관계부처 인원을 더해 총 20여명이 자문위원회에서 활약한다.
국민성장펀드는 전문성을 갖춘 의사결정 체계를 위해 자문·지원단과 투자심의·기금관리단을 분리했다.
이 중 전략위원회는 민간 자문기구로, 개별 건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실제 딜을 살피고 투자를 결정하는 건 투자심의위원회와 기금운용심의회다.
국민성장펀드의 민간 자금 조달을 주도하는 주체는 마틴게일배팅지주지만, 지주의 수장들은 자문위원회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 대신 산은 내 사무국에 전문 인력을 파견해 실무 단계에서 의견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눴다.
박현주 회장이 외부에서 직함을 맡는 건 사실상 처음이다. 최근에는 그룹 내부에서도 국내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상황이다.
2016년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전략가(GSO)로 전환한 뒤로 박 회장은 그룹이 나아갈 장기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본인의 역할을 한정했다. 미래에셋그룹의 각 계열사도 전문 경영인 체제를 수립했다.
대신 그는 그룹의 큰 그림을 위해 오랜 기간 직접 국내외를 누비며 투자 여건을 살피고, 딜을 직접 검토해왔다. 특히 해외에서 단행한 전략적 인수·합병은 증권과 운용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했다. 이런 노하우가 국민성장펀드의 운용 전략을 살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책펀드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등장해왔다. 통일, 녹색, 뉴딜 등 아이디어도 다양했다. 다만 이번처럼 다양한 업계의 외부 민간 전문가를 초청해 자문단을 적극적으로 꾸려 운영 방향부터 전략 수립까지 폭넓게 의견을 반영하려는 시도는 드물었다. 앞선 뉴딜 자문단도 학계와 정부 산하기관 인사 위주로 채워졌다.
형식적 자문이 아니라, 국내외 투자 경험을 지닌 민간 전문가들이 노하우를 전달할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했다는 점에서 달라진 접근이 감지된다. 정부가 자본시장을 정책 수단으로 '제대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자본시장의 위상이 높아지는 동안 마틴게일배팅투자업계 역시 글로벌 사업 확장과 투자 전문성을 축적해왔다. 정책 설계와 실행 과정에서 민간의 경험과 역량이 실효성 있는 보완재로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박현주 국민성장펀드 전략위원회 공동위원장은 "150조원 국민성장펀드는 AI·로봇·반도체·바이오·인프라 등 기업성장의 초석이자 창업을 춤추게 할 마중물"이라면서 "지속가능하고 보다 더 큰 펀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직과 투명성에 기반을 둔 경쟁력 있는 시스템 구축에 조언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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