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익거래 청산 추정
선물 만기일 매도 공백 속…LG엔솔도 10월 급등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12월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에 삼성화재 주가가 장 마감 동시호가에서 28% 넘게 폭등하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시장에서는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낮은 상태에서 구축된 매도차익거래 물량이 만기를 맞아 청산되면서 발생한 수급 쏠림 현상으로 분석했다.
◇"이 가격 맞아?"…순식간에 63만 원으로 점프
12일 연합인포맥스 신주식종합(화면번호 3536)에 따르면 전일 삼성화재는 전 거래일 대비 28.31% 폭등한 63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오후 3시 20분경까지만 해도 삼성화재 주가는 48만 4천 원~48만 5천 원 선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장 마감 동시호가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대규모 매수 주문이 쏟아지며 주가는 단숨에 상한가에 육박하는 가격으로 치솟았다.
전일 하루 거래량 18만 8천여 주 중 약 74%에 해당하는 13만 9천여 주가 동시호가에 체결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급등의 원인을 매도차익거래 청산에서 찾고 있다.
매도차익거래란 선물이 현물보다 저평가됐을 때 '고평가된 현물을 매도하고 저평가된 선물을 매수'하여 가격 차이만큼 수익을 내는 전략이다.
통상 만기일에는 포지션을 다음 월물로 넘기는 롤오버를 하거나 현물을 되사서 갚는 청산을 선택한다. 전일 삼성화재는 차월물 선물 가격이 근월물보다 비싸 포지션을 이월하기보다 만기에 맞춰 주식(현물)을 매수해 포지션을 정리하려는 물량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평소 유동성이 많지 않은 삼성화재의 특성상, 적은 매도 호가에 대규모 청산(매수) 물량이 일시에 몰리면서 가격이 튀어 올랐다는 분석이다.
◇"비싸게 사도 이익"…가격 불문 매수세가 부른 급등
투자자 입장에서는 "왜 이렇게 비싼 가격에 주식을 샀을까"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차익거래의 구조를 보면 그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차익거래자는 과거에 싼 선물을 사고 비싼 현물을 팔아 둔 상태다. 만기일인 전일 현물을 63만 원에 비싸게 되사야 해서 손실이 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보유 중인 선물 매수 포지션의 가치도 63만 원으로 확정돼 정산받게 된다.
만기에는 현물을 어떤 가격에 되사더라도 선물 정산 가격이 똑같이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현물에서의 손실과 선물에서의 이익이 상쇄되고, 애초에 확보해둔 무위험 차익만 남게 된다.
차익거래자 입장에서는 만기 시 현물의 가격이 얼마이든지 상관이 없는 것이다.
한 파생상품 시장 전문가는 "교과서적으로 볼 때 선물을 매수하고 주식을 매도했던 포지션이 만기를 맞아 청산된 것"이라며 "차익거래는 진입할 때 수익이 확보되는 구조라 청산 시 현물 가격이 상한가를 가든 어떻게 움직이든 최종 수익에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10월 2일 개별주식 선물만기일에 LG에너지솔루션이 동시호가 때 14.82% 급등했던 사례와 판박이다. 당시에도 매도차익거래 물량이 청산되며 주가를 밀어 올린 바 있다.
갑작스러운 급등에 자산운용업계도 한때 술렁였으나, 만기일 특유의 수급 이벤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갑자기 펀드 상대수익률이 튀어 오르길래 당황했다"면서도 "만기 말고는 다른 펀더멘털 이슈가 없어 보여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수급 꼬임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인 만큼 주가는 제자리를 찾아갈(하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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