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박경은 기자 = 금융당국이 3분기로 예고한 발행어음 인가 접수를 하기 시작하면서, 이를 도전하는 증권사 간 속도 차가 나고 있다.
각 기관은 제재 현황과 사전 조직 정비 여부에 따라 선두권과 최종 단계에서 격차를 보이는 후발주자로 양분되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과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인가 신청에 필요한 금융감독원과의 사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금융당국이 발행어음 본인가 접수를 개시했지만, 접수 첫날에 신청하려는 곳은 삼성증권과 키움증권 두 곳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증권사들은 금감원에 심사 자료를 제출한 뒤 예비 검토를 받는 과정을 앞서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다.
개별 기관마다 당국의 사전 심사에 들어간 시점에 차이가 있지만, 검토 절차가 길어지는 배경에는 제재 리스크가 거론된다.
당국은 발행어음 인가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자기자본 요건과 재무 건전성 등을 비롯해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역량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하지만 금감원의 사전 심사가 끝나지 않은 증권사들은 최근 중징계로 분류되는 '기관 경고'를 받았거나 추후 제재가 예상되는 금융사고 등이 있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10월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담당 직원이 대규모 1천300억 원의 손실을 냈다. 해당 임직원은 현재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는 등 사법적 판단이 이뤄져 당국의 추가적인 제재가 예상된다.
하나증권도 지난 2월 '랩·신탁 돌려막기' 사태와 관련해 30억 원대의 과태료와 기관경고 처분을 받았다.
메리츠증권은 상반기 중 제재를 받은 건 없었다. 다만 작년부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매도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조직 재정비 수준도 심사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사전에 본인가 신청 자격을 따낸 삼성증권은 다른 증권사에 비해 지난 2017년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되는 등 발행어음 사업을 위한 정량적인 여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발행어음 인가에 발목을 잡은 대주주 적격성 문제도 해결됐다.
반면 메리츠증권은 최근 기업금융(IB) 조직을 신설했다. 동시에 리테일 부문을 확대하는 등 발행어음 인가를 앞두고 사업 구조를 크게 재편했다.
IB 부문에 숙련된 인력을 영입하면서 속도감 있게 조직을 키워냈지만, 여전히 조직 전반에 안정성을 갖추기엔 시간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신규 IB 상품을 리테일 고객에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 정비 작업만 해도 1년 가까이 걸리는 만큼 발행어음 사업 계획도 구체화해야 할 과제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가 라이선스를 신청하면 정성적인 요건이 안 되는 경우는 없다"며 "금감원 감사나 제재 이력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랩·신탁 이슈처럼 중징계를 피했어도, 상시로 회사에 감사가 들락날락하는 상황은 인가 심사를 지연시킨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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