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국서부발전이 채권 입찰에서 넉넉한 수요를 확인하고도 3년물 발행을 취소했다.

중장기물 중심의 발행으로 조달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조치로 풀이되지만, 주문을 넣은 투자자들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불통 행보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전일 서부발전은 채권 입찰을 통해 2천억원어치 조달을 확정했다.

만기는 5년과 10년으로 각각 900억원, 1천100억원 규모다.

가산금리(스프레드)는 5년과 10년물 각각 동일 만기의 국고채 대비 26bp, 39bp 높은 수준이다.

5년물에는 2천300억원, 10년물에는 2천4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서부발전은 당초 3년물에 대해서도 주문을 받았으나 유찰을 택했다.

문제는 3년물에 2천300억원의 수요가 몰렸다는 점이다.

넉넉한 수요를 확인하고도 3년물을 발행하지 않기로 하면서 투자자들은 입찰에 참여하고도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

앞서 5년과 10년물 발행을 선호한다고 밝히긴 했으나 3년물 응찰 규모 또한 상당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5년과 10년물에 주문이 충분히 들어오지 않을까봐 3년물을 발행 계획에 추가했으나 예상보다 넉넉한 주문을 확인하면서 발행 취소를 결정한 듯 보인다"며 "너무 발행자 위주의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입찰 또한 가격을 둘러싼 일종의 시장과의 소통과정이라는 점에서 서부발전의 이번 결정이 투자자의 의사를 무시한 행동이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증권사 채권 딜러는 "발행하지 않을 거면 아예 입찰에 나서지 말았어야 한다"며 "앞서 공사채 시장에서 조금 낮은 수준에 금리를 끊어 물량을 조정한 경우는 있었지만, 이번엔 아예 발행을 취소했다는 점에서 투자자 입장에서도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행태"라고 말했다.

투자자에 대한 존중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향후 발행사의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투자자의 의견을 무시하는 결정을 지속할 경우 향후 시장이 어려워질 때 도리어 투자자의 외면을 받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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