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슬퍼랬다고 해야 할까. 이재명 대통령의 SPC 방문 현장은 중계 화면으로 지켜 봤음에도 그 공간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언성을 높이지도 감정을 드러내지도 않았지만 특유의 집요한 질문으로 연이은 사고의 원인에 다가섰다. 배석한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언을 몇 차례 제지하는 모습에서 진솔한 대화를 원하는 이 대통령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SPC 경영진은 이런 식의 대화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대통령의 현장 방문 이후 SPC는 그룹사 대표이사 협의체인 'SPC커미티'를 열어 생산
국민 관심사로 따지자면 가장 먼저 지명했어야 할 자리가 가장 늦게 채워졌다. 국가 의전 서열로 따지자면 앞서는 위치도 아니건만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중요한 자리였는지도 모른다. 국토교통부 장관 이야기다.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은 3선의 김윤덕 의원을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이로써 이재명 정부의 첫 내각 그림이 맞춰졌다.김윤덕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그동안 하마평에서 언급된 바 없다. 그만큼 의외의 인사였다는 이야기다. 김 후보자의 주요 이력을 보더라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활동을 제외하고는 딱히 접점을 찾기 어렵다.
정권의 흥망성쇠에 기업이 영향을 받는 일은 여러 차례 있었다.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박근혜 정부가 국정농단 사태로 무너질 때 삼성그룹과 롯데그룹이 총수 구속, 수감이라는 타격을 입었다. 이후 두 그룹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나.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뒤처졌다. 롯데케미칼은 고부가상품으로의 전환이 지연되며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안타까운 일이다.지난 12·3 비상계엄으로 윤석열 정부가 물러난 이후 최근 세 개의 특검이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재계가 바짝 긴장하는
슬슬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시작이 어디냐는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불안하니 정부에서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아직 내각 구성조차 하지 못한 정부에 부동산 정책을 내놓으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르다. 어제 결혼하고 합방했는데 태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탓하는 사람 같아 어리둥절한 생각도 든다.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주의적인 노선을 검증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집은 주거의 공간이지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고 했던 과거 민주당 정치인들과 다른 시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 중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됐던 어수선한 민주주의 헌정 질서가 비로소 마무리됐다. 아직도 섬뜩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6개월 전 12월 3일의 악몽은 이재명 대통령 선출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으레 그렇듯 경제단체들은 축하와 함께 이런저런 당부를 전했다. 경제단체의 맏형으로 자리 잡은 대한상공회의소는 저성장, 저출생, 지방소멸 등 국가적 과제와 보호무역주의 확산, AI 기술혁명 등 세계 경제환경을 언급하며 국가적 역량을 하나로 모아 국가 발전과 경제 재도약을 이끌어달라고 당부했다.한국경제인협회는 국민경제 활력을 회복하
대형할인마트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신청은, 과정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잡음을 차치하고 살펴보면 상거래 흐름이 매장에서 온라인으로 완전히 넘어갔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이다.전자상거래의 득세와 대형마트의 쇠락은 오래전부터 예견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을 기점으로 완전히 역전됐다. 대형마트가 인근에 있다는 것이 이전에는 아파트의 강점 중 하나로 거론됐지만 온라인 배송이 일상화하면서 이제는 다소 시들한 듯하다.국내 대형마트의 상징인 이마트의 실적이 20220년을 정점으로 정체에 들어간 것도 이런 변화
중세 유럽에서는 모래에서 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믿었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세상이 흙, 공기, 물, 불 등 네 가지 원소로 구성됐고 원소를 다시 구성하는 작업을 거쳐 물질의 형태나 성질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유황이나 수은 등 당시로서는 성격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유독물질들을 마치 오래 살 수 있는 신비의 영약인 것처럼 다루기도 했고, 정신과 물질 사이에는 어떤 유대관계가 있는 것처럼 믿기도 했다.유럽 사회는 그들을 연금술사(Alchemist)라고 불렀다. 이들은 근대 화학이 성립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몇 가지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저서 '제3의 물결'을 통해 농업사회, 산업사회를 거쳐 우리가 앞으로 정보사회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예언했다. 격동적인 변화 속에서 이름을 얻은 시대는 무서운 속도로 전진했다.선두에는 미국이 있었다. 디지털 전환에서 주도권을 쥔 미국은 한때 라이벌이었던 유럽이 후진국으로 보일 만큼 압도적인 격차를 보였다. 그러던 미국이 제조업으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자신이 설계한 글로벌 공급망을 파괴하고 우방과 비우방의 구분을 지워버린 보호관세를 통해서다. 일방적인 보호관세가 멋쩍었는지 상호관세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트럼
30년 전 대학에서 정치학 강의를 듣던 시절의 일이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났던 교수는 해방 전후의 시대상을 언급하며 제헌의회와 관련한 일화를 들려줬다. 당시 소학교(지금 초등학교)를 다녔던 소년은 등굣길에 제헌의회 설립 공고를 보았다. 의회, 민주주의, 투표 등 당시로서는 처음 보는 단어가 있었다. 소년은 수업 시간에 "선생님, 민주주의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어린 제자의 질문에 선생님은 당혹스러워하며 "글쎄, 민주주의가 무엇일까"라고 반문했다고 한다.지금은 우리가 아주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는 민주주의라는 정치 체제가 1940
세기의 만남이라고 하는 순간들을 되짚어보면 당시에는 딱히 어떤 의미를 짚어내기 쉽지 않지만, 후대에서 되새겨 볼 때 새로운 의미가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회동한다. 한 사람은 국내 최고 기업의 총수이고, 다른 한 사람은 국회 원내 다수당의 대표이자 유력 대선주자다.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시선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두 사람의 만남에 여러 가지 해석이 붙을 수 있다. 재계와 정계의 유력자이면서도 법원의 문턱을 자주 드나들 수밖에 없는 상황, 그리고 그런 상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