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물가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7월 개인소비지출(PCE)는 전년 대비 2.6% 상승했고, 근원 PCE는 2.9%를 기록했다. 둘 다 연준의 목표치(2%)를 뚜렷하게 상회한 것이다. 끈적하다는 표현이 끊이질 않는 미국의 물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며 향후 상승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주요 소매업체와 유통업체들은 관세로 인한 가격상승 압박을 잇달아 경고하고 있다. 월마트(NYS:WMT)와 타깃(NYS:TGT), 베스트바이(NYS:BBY) 등 대형 소매업체들은 최근 몇 주 사이 식료품, 생활용품, 전자제품 가격에 관세 관련 인상분이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방 항소법원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수입 관세 행정명령 대부분을 무효화했으나 대법원 상고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관세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물가 상승 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월가에선 연말께 근원 PCE 물가지수가 3.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지 않는 가운데 이번 주엔 8월 고용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7월 보고서에선 충격적인 고용 부진이 확인돼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동통계국장을 전격 해임할 정도로 파장이 컸는데 8월엔 어떻게 나올지 시장은 주시하고 있다. 8월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자 수는 7만5천개로 전망된다. 7월엔 7만3천 명 증가였다. 실업률은 4.2%에서 4.3%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7월에 이어 8월 보고서에서도 고용이 부진하게 나온다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본격적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끈적한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용시장이 얼어붙고 경기가 둔화한다면 시장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금리인하에 대해선 컨센서스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 그러나 연준의 목표치에서 점점 멀어지는 물가 상황을 고려할 때 9월 이후의 추가 금리인하에 대해선 물음표가 제기될 수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 번의 금리인하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현재의 기준금리보다 2% 포인트 이상 낮은 2.5% 수준의 기준금리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소비와 금리의 거울 역할을 하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금리) 금리는 6.5% 수준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시대엔 모기지금리가 7%를 넘었다. 정권교체의 원인이 고금리 때문임을 알고 있는 트럼프로선 모기지금리가 최소한 4% 수준까지 내려와야 안심할 것이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주택비상사태를 언급할 정도로 트럼프 행정부는 주택시장 안정에 진심이다. 모기지금리를 4% 수준까지 끌어내리려면 연준의 기준금리는 2%대에 진입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트럼프가 물가를 무시하고 연준의 인적 구성을 바꿔서라도 계속 금리를 내리고 하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내년 이맘때쯤 연준은 이제까지 우리가 보던 연준과는 다를 것이다. 훨씬 더 트럼프 친화적인 의장이 지휘봉을 잡고 트럼프의 입맛대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 독립성을 잃은 연준에 대해 시장은 어떻게 평가할지, 달러와 미국 국채 등 미국 자산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물가와 경기의 엇박자와 함께 스태그플레이션이 고착화할 것인지 지켜볼 변수가 한둘이 아니다.(국제경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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