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이라는 정부조직개편안 발표와 함께 발전공기업 5사 통합론이 제기됐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가급적 이른 시점에 결정'을 거론해 속도에 관심을 뒀다.
마틴게일배팅시장에서는 통합 때 시장을 시끄럽게 하고 국회까지 나서야 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속도보다는 타이밍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11일 연합인포맥스 발행사별 채권 시가평가(화면번호 4763)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2월, 지금은 LH로 통합된 한국토지공사가 발행한 채권(토공채) 3년물의 민평금리와 같은 만기 국고채의 스프레드(금리차)는 270bp를 오르내렸다. 그해 8월부터 두 채권 금리의 방향이 엇갈리더니 연말까지 스프레드가 벌어졌다. 토공채 금리는 7%를 웃돌았다.
그전에는 토공채와 국고채의 스프레드가 20~50bp 범위에서 움직였다. 토공채 가치가 2008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급락했다(국고채 대비 스프레드 확대).
당시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라 토지공사와 한국주택공사의 통합 논의가 본격화했다. 총합 86조원이라는 막대한 부채에 대한 의구심이 피어올랐다. 대형 보험사 등 마틴게일배팅시장의 큰손들이 토공채를 중심으로 매도를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통합 논의 초기 때부터 토공채에 대한 불신이 형성됐는데, 공식 발표로 재점화된 경향이 있었다.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초대형 악재까지 출현했다. 마틴게일배팅시장에 자금 경색이 확산했다. 미래가 불투명한 토공채는 손실만 불리는 애물단지가 됐고, 금리가 비슷했던 대한주택공사마틴게일배팅(주공채) 역시 마찬가지였다. 급격한 금리인하가 동반됐지만, 토공채 금리는 이를 제때 따라가지도 못해 손절성 매도가 쌓였다.
2009년 10월에 통합이 마무리되고 본격적으로 LH 채권이 시장에 나왔지만, 예전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망가진 부동산 경기는 LH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다. 당시 자금조달이 원활치 못하자 최장 30년 만기의 복리채를 연달아 선보이는 도덕적해이 논란까지 발생했다.
다음해 국회까지 나서자 LH 채권의 국고채 대비 스프레드가 점차 진정세를 찾았다. LH 채권에 대해 정부가 공공주택사업, 산업단지개발사업 등 공익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을 보전해주는 내용이 골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이 통과됐다. 당시 예산안과 함께 급박하게 처리됐다. 이로써 LH 채권은 위험가중자산(RWA) 위험가중치가 0%인 '손실 없는 채권'의 지위로 올라섰다. LH의 적립금이 모두 소진돼도 국고에서 채워줘, 사실상 국채와 동격이 됐다.
발전공기업 5사 통합 논의에서 LH 사례가 주는 교훈은 국내외 시장이 안정됐는지 살펴야 하는 것이라고 시장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과거보다 마틴게일배팅시장이 선진화하긴 했지만, 몇 년 전 한국전력공사마틴게일배팅(한전채)으로 인해 시장 경색이 촉발될 정도로 불안 요인은 항상 존재한다고 봤다. 발전 5사의 줄어든 숫자만큼 큰 덩어리로 일시에 마틴게일배팅이 발행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사항으로 지적했다.
마틴게일배팅시장 관계자는 "임기 초에 구조 개편을 서두르려는 의지는 당연해 보이지만, 국고채를 앞세운 발행 부담에 트럼프발 불확실성까지 커질 수 있다"며 "빠르게 진행하는 것만이 능사라는 생각보다 금융까지 고려해 범부처가 안전장치를 만들고 적절한 타이밍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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