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계엄 선포와 해제, 그리고 이어진 탄핵 정국까지. 정국 불안정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좀 더 직접적이다. 정부와 '원팀'을 이뤘던 방산과 원전산업 등의 피해는 현실화하고 있다. K-방산, K-원전이 도약할 절호의 기회가 무산될 것이란 위기감까지 나온다.

당장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 입찰이 이달에서 내년으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총 7조8천억원을 투입해 2026년부터 새로운 구축함을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었다.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올해 사업수행업체를 선정할 예정이었으나 위원장인 국방부 장관이 공석이 되면서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폴란드 수출을 추진하던 K-2 계약조건이 예상보다 나빠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내 방산기업과 면담 일정이 잡혔던 스웨덴 총리의 방한도 정국 불안정 등의 이유로 취소됐다.

현대로템, 폴란드 K2 전차 18대 적기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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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를 대응할 주체도 마땅치 않다. 트럼프 리스크는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등 우리의 핵심 산업에 큰 타격을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내년 1월20일 취임 직후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물리겠다고 했다. 중국에도 10%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 우리 경제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관련된 핵심 의제들은 정상급 외교에서 조율되는 게 일반적이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 트럼프 2기에 대응할 리더십 부재 상황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반도체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세 문제까지 정부의 리더십이 꼭 필요한 일이 산적해 있다.

[그래픽] 트럼프 2기 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 발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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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환율 리스크까지 헤쳐 나가야 할 판이다. 달러-원 환율은 계엄령 선포 이후로만 30원 가까이 올랐다. 지난 달 1,300원대에서 지난 9일에는 종가 기준 1,437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악의 경우 1,500원대 환율 시대가 올 수 있다는 불안감마저 제기된다. 달러-원 환율이 오르면 우리 수출기업에 호재라는 통념은 깨진 지 오래다. 원자재를 들여와 완제품을 파는 식으로 우리 수출 구조가 바뀌고 있는 데다 현지 공장을 세워 현지에서 생산하는 기업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해외법인은 대부분 달러로 결제하는 만큼 환율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 수는 최근 20년 사이 6배 넘게 늘어났다. 오히려 환율 상승 영향에 원자재 등의 수입 가격이 더 크게 올라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고 한다. 원자재 수입 의존이 높은 식음료 업계 등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 정치 불안, 외환시장에 그대로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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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고민거리는 이뿐이 아니다. 정치 불확실성에 더해진 환율 쇼크에 기업들은 내년도 경영전략이나 투자계획 수립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내년 사업계획을 일찌감치 잡아뒀던 곳은 전면 재수정에 나섰다. 뾰족한 대응 방안이 없다 보니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소극적인 전략 수립이 불가피한 분위기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는 "한국의 계엄령 사태에 대한 대가는 5천100만명 국민들이 분담해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우려는 대통령 탄핵 불발 이후 더 현실화하고 있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 한국의 대외 신인도는 타격이 불가피하고, 이는 금융시장 불안과 투자 감소로 이어져 커다란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 현 정부 당국은 관계부처의 공조를 통해 경제 방파제를 튼튼하게 쌓겠다고 공언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기 어렵다. 대한민국 리더십의 빠른 회복이 없으면 우리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맞이할 수도 있다. (산업부장)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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