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서울 채권시장에서 '비둘기'로 평가받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통화정책을 두고 매파적 스탠스로 바뀌었다.
그간 KDI는 적극적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 부진에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는 점을 줄곧 강조하면서 한국은행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 왔으나, 이전과는 다소 다르게 변화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 민간소비 확대에 내년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
13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정규철 KDI 경제전망 실장은 전일 경제전망 브리핑에서 통화정책 관련 질문에 금리 인하 시급성은 지난번보다는 많이 축소됐다고 답했다.
논거로는 민간 소비를 들었다. KDI는 2차 추가경정예산을 반영해 올해 민간 소비 증가율이 종전 전망치 1.1%에서 1.3%로 확대될 것으로 봤다.
금리 인하 시급성이 줄었다는 인식은 이달 금리 동결을 시사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발언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 총재는 지난 7일 오전 중구 한은 본관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개인 입장에서, 한국 입장에서 볼 때 잘 (관세)협정이 돼서 8월 통방 큰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KDI가 제시한 민간 소비 경로를 보면 올해 한 차례 인하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KDI는 민간소비가 금리 하락세와 소비부양책 등으로 올해 하반기 이후 부진이 완화할 것이라며 내년 증가율 전망치를 1.5%를 제시했다.
이는 올해 증가율 전망치 1.3%보다 높은 수준으로 내년 증가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본 것이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올해 한 차례 내린 후 내년 추가 인하 가능성을 묻자 "내년은 생각하기 어려운 게 소비 등이 올라오고 있다"며 "지난 5월 금리를 빨리 내려야 한다고 했을 때는 소비가 워낙 안 좋고 회복 기미가 안 보였는데, 그 때와 상황이 다르다"고 답했다.
◇ 채권시장 추가 1회 인하 예상…주택시장 반등도 인하 제약
채권시장도 향후 한 차례 인하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연합인포맥스 스와프 수익률 곡선 분석 도구(화면번호 2620)에 따르면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를 기준으로 한 3개월물 선도금리는 1년 뒤인 내년 8월 대략 2.37%로 추정됐다.
내년 5월 2.28%로 저점을 찍고 이후 반등하는 흐름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반등하는 점도 기준금리 인하가 한 차례에 그칠 것이란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14% 올라 상승 폭이 직전 주(0.12%) 대비 0.02%포인트(P) 확대됐다.
6·27 대책 발표 이후 5주 연속 둔화하다가 다시 가팔라지는 양상이다.
향후 주택시장 반등 흐름이 꺾이지 않으면 한은은 금리인하 결정을 주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송인호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대출 제약에 고가와 저가 아파트 매매가격 흐름이 차별화를 보일 것이다"며 "고가 아파트를 매수하는 사람들은 대출 규제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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