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컨퍼런스 토론…"기대감만으론 한계, 신뢰의 실체 보여줘야"
"주주환원만으로 4,000 가능" 낙관론 속 "공매도·외환 등 마찰 해소" 지적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코스피 5000시대를 향한 장밋빛 전망이 시장을 달궜지만 "숫자보다 신뢰가 먼저"라는 주문도 나왔다.
29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 자본시장 컨퍼런스' 특별 세션 토론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은 코스피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열기 위한 전제 조건들을 꼼꼼히 짚었다.
JP모건의 믹소 다스(Mixo Das) 한국 주식 전략 총괄은 "한국 증시 목표를 4,000으로 보지만,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5,000 이상도 쉽게 갈 수 있다"며 가장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글로벌 유동성 장세 ▲AI 반도체 등 한국 주력 산업의 펀더멘털 ▲기대 이상의 속도로 진행되는 지배구조 개혁을 근거로 들었다.
국내 전문가들도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는 40년 만에 재연된 '3저(低) 현상' 기반의 강세장"이라며 내년 상반기 4,000 돌파를 예상했다.
유정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상승은 실적이 아닌 밸류에이션 확장에 기인한 것"이라면서도 "배당성향을 대만 수준으로만 높여도 코스피 4,000은 달성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런 환호 속에서도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승세가 '기대감'이라는 모래 위에 서 있음을 분명히 했다.
문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현재의 주가 상승은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것일 뿐 실제로 지배구조가 개선되었거나 소수 주주가 보호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코스피 5,000의 핵심 열쇠는 '신뢰'이며 이를 위해선 정책의 꾸준한 이행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이 10년간 주주 친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증시 체질을 바꾼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피터 스타인(Peter Stein) 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 CEO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매우 고무적인 '신호'지만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마찰 요인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운영상의 실수에도 과도하게 징벌적인 공매도 제도 ▲여전히 부족한 외환시장 접근성 ▲외국인을 위한 영문 공시 부족 등을 구체적 사례로 꼽았다.
김동원 센터장 역시 "개인 투자자 비중이 70%에 달하는 기형적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IPO 문턱은 낮추되 주주환원이 없는 기업은 과감히 퇴출시키고, 연기금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는 등 장기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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