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손지현 = 국고채 30년물 금리가 치솟아 서울 채권시장의 약세 흐름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예상을 웃돌아 금리인하 기대가 거의 소멸하고, 수급 요인마저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손실 한도에 도달했다는 소문이 도는 등 흉흉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4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국고채 30년 지표물은 이날 오전 3.081%까지 치솟았다.
전일 3%대를 돌파한 데 초장기물 입찰을 앞두고 3.10%대 목전까지 오른 것이다.
이날 국고채 30년물 입찰은 4조1천억원 규모로 진행된다.
앞서 발표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달 대비 2.4% 올라 지난 9월(2.1%)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1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농산물 가격이 예상보다 높았던 데다 긴 추석 연휴를 전후한 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물가를 끌어 올렸다.
국고채 공급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지표마저 채권시장에 비우호적으로 나오자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됐다.
여러 채권시장 참가자에 따르면 일부 중소형 증권사가 손실 한도에 도달하면서 딜링이 정지됐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A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부서에서 채권 파트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약세가 워낙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어 손실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B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금리 레벨 자체가 꽤 올라왔지만, 여기서 금리가 기조적으로 하락할 수 있을지 아무도 확답하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며 "지금 샀다가 물릴 위험이 크다 보니 국내 기관들이 '롱(매수)'에 자신 있게 나서지를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고채 30년물 입찰 관련 보험사가 장기물 매수에 적극적이지 않은 느낌이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C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시장이 반등할 만한 여지 자체가 안 보인다는 점이 문제인 듯하다"며 "손절 장세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데, 당분간 심리 자체도 보다 더 위축되고 악화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D자산운용사의 채권 운용역은 "단기 금리도 조정을 지속하는 등 약세 분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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