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날부터 내린 빗줄기가 17일 오전 더욱 굵어졌다. 출근길 직장인들의 휴대전화에서는 '폭우에 주의하라'는 안전 문자가 계속 울렸다.

그러던 비가 오전 10시를 전후해 갑자기 멎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오석준)가 피고인 온라인카지노사이트용 삼성전자 회장 등의 '부당 합병·회계 부정' 사건을 선고하기까지 약 한 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4명의 대법관으로 이뤄진 재판부는 11시 개정을 선언했다. 민사와 행정소송 사건을 먼저 선고했다. 이후 잠시간의 휴정을 거쳐 형사 사건 선고에 돌입했다.

11시20분경부터 재판부는 여러 형사 사건에 대한 결론을 읽어 내려갔다. 많은 사람의 이목이 쏠린 '2025도2805'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5~6분이 더 걸렸다.

3명의 대법관이 제각기 다른 사건들의 주문을 읽은 뒤 마지막 대법관이 마이크를 잡았다. 정적이 무거웠다.

그는 "사건번호 2025도2805, 피고인 온라인카지노사이트용 외 13인, 상고인 검사,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고 말했다. 대다수 방청객은 곧장 자리를 떴다.

11시30분, 하늘에는 구름 사이로 해가 비치고 있었다. 공교로운 우연이다.

이 회장 등 피고인들은 이날 대법원에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2월 2심 선고 때는 법정에 나와 직접 판결을 들었다.

대법원의 무죄 선고와 동시에 하늘은 갰지만, 이 회장과 그가 이끄는 거함 삼성전자 앞에 드리운 먹구름은 가시지 않고 있다.

무죄 선고가 단박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오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회장 앞에는 여전히 사업 경쟁력 회복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회사의 성과는 결국 최고경영자(CEO)에게 달렸다. 이 회장이 삼성전자의 대표이사는 아니지만, 그가 실질적 최고 의사결정자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 이 회장이 자신을 개인적으로 가장 괴롭혀 온 문제에서 해방된 만큼, 이제 경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 더 많은 시간을 경영에 할애할수록 더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확률은 올라간다. (산업부 김학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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