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본부장 "촛불시위 사진 보여줘…美도 한국 반응 모니터링"

"자동차 관세, 美 마지노선이 15%…재계 총수 지원 큰 도움"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한미 양국이 관세 협의 과정에서 농축산물 시장을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당초 미국이 쇠고기와 쌀 시장을 추가로 열라고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미 측의 요구를 막아낸 일등 공신은 과거 '광우병 시위 사진'과 '농축산 업계 반발 카지노 바카라'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면담
(서울=연합뉴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미국무역대표부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 대표와 한미 관세 협상 진전 방안 등에 대한 논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7.26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성교섭본부장은 3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관세 협상 타결 후 산업부 기자단과 가진 질의응답에서 "협상 초기부터 미 측의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에 대한 압박이 끊이지 않았다"며 "소고기 30개월 월령을 유지하는 나라가 한국과 러시아, 벨라루스밖에 없고 대만과 중국, 일본 등 모든 나라가 풀었다고 압박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는 처음부터 소고기와 쌀은 '레드라인'이라며 강한 입장을 보였다"며 "농축산물은 정치적, 산업적으로 민감하다고 일관되게 설득했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여러 가지 논리적인 설득을 통해 계속 '레드라인'을 주장했지만, 어떤 단계부터는 사진을 갖고 다니기 시작했다"며 "2008년 광우병 논란이 일었을 당시 촛불시위 사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광화문 일대에 100만명의 인파가 모여 촛불시위를 하는 장면"이라며 "이 사진을 갖고 다니면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에게 보여주며 설득했다"고 부연했다.

소고기 시장 개방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정서와 여론을 미국 측에 가감 없이 전달하려는 목적이었다. 여 본부장은 "감정에 호소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렇게라도 설득하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마찬가지로 '쌀 시장'을 지킬 수 있었던 건 농축산 업계의 반발과 그에 대한 언론 보도라고 했다.

여 본부장은 "농축산 업계의 반발을 미국이 다 모니터링하고 있었다"며 "협상단이 말로 '레드라인이다. 민감하다'고 하는 걸 넘어 실제로 한국에서 반응이 나오는 걸 미국이 본 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 상호관세 앞두고 소고기 수입 월령 제한 지적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미국산 소고기 수입 월령제한 등을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간주하며 사실상 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이 공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보고서)에 2008년 한미간 소고기 시장 개방 합의 때 한국이 월령 30개월 미만 소에서 나온 고기만 수입하도록 한 것을 "과도기적 조치"로 규정하며 "16년간 유지됐다"고 비판했다.

사진은 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미국산 소고기 판매대. 2025.4.1 jin90@yna.co.kr

또한 여 본부장은 자동차 관세와 관련해 협상 초기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근거로 일본과 동일한 12.5%를 요구했지만, 미국이 정치적 이유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이 먼저 15%를 받으면서 미국 내 자동차 노조 등이 반대를 해 다른 나라에 15%를 주기도 어려운 상황이 전개됐다"며 "시간을 끌수록 정치적 반발이 심해져 15%를 못 받게 될까 봐 협상에 속도를 냈다"고 말했다.

미국이 FTA 체결 여부와 관계 없이 15%를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어 어쩔 방법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는 "미국 입장에서는 자동차 생산, 수출국이 일본, 한국 EU 등 3개국이라 15%로 맞춰놓은 균형을 깨는 게 쉽지 않은 듯했다"며 "한 국가를 낮춰주면 다른 국가도 압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미래에 어떤 무역 환경이 조성될지 모르니, 기회가 포착되면 1%라도 낮추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000880]그룹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의 현지 지원과 관련해선 "분명히 효과가 있었다. 큰 도움이 됐다"고만 할 뿐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여 본부장은 "기업인들이 긴밀하게 정보 공유나 측면 지원을 해줘 민관이 협상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었다"면서도 "제가 구체적으로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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