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LP "불투명한 설정·환매 제도 문제"…국내 연기금 "기관용 상품 부족" 지적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240조 원 규모로 성장한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질적 성장을 위해선 기관 투자자 참여를 확대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해외 기관은 불투명한 설정·환매(AP) 제도 등을, 국내 기관은 기관 투자자 수요에 맞는 상품 부족과 규제 문제를 주요 걸림돌로 꼽았다.
29일 '한국 자본시장 컨퍼런스' 마지막 세션에서 글로벌 유동성 공급자(LP)인 플로우 트레이더스의 백현기 이사는 해외 기관이 한국 ETF를 거래할 때 겪는 구조적 문제를 설명했다.
백 이사는 "해외 기관이 한국 ETF 매수 요청을 할 경우, 공식 LP가 아니면 ETF의 설정·환매 가능 여부가 투명하지 않아 실시간 이론가 산출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한국은 결제 불이행이나 공매도 규제가 엄격해 LP가 재고 없이 매도 호가를 제시하는 데 상당한 리스크가 있다"며 "사전에 설정을 확약받아야 호가를 낼 수 있는 경직된 절차도 운영 비용과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제도적 문제로 인해 많은 해외 기관들이 국내 시장 대신 해외에 상장된 MSCI Korea ETF 등을 거래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국내 기관 투자자들도 시장의 불균형 문제를 제기했다.
박현상 공무원연금 주식운용팀장은 기관의 투자 전략을 국내 ETF 시장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기금은 자산배분 전략에 따라 명확한 '벤치마크(기준 지수)'를 추종해야 하지만 국내 상품 라인업으로는 이를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 팀장은 "국내 상장된 해외 투자 ETF는 우리가 추종해야 할 벤치마크를 맞출 수 있는 상품이 거의 없다"며 "예를 들어 '글로벌 선진국 주식'에 투자해야 할 때, 국내에는 특정 테마나 일부 국가에 집중된 상품이 많아 벤치마크와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벤치마크를 정확히 추종하고 유동성이 풍부한 해외 상장 ETF를 직접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상헌 삼성생명 상무는 보험업권의 규제와 세금 문제를 지적했다.
이 상무는 "IFRS17, K-ICS 등 보험 규제상 손익 변동을 최소화해야 하므로 리스크가 큰 주식형 ETF는 활용에 제약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퇴직연금(IRP) 계좌 내에서 국내주식형 ETF 매매차익에 과세되는 문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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