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한때 20%에 육박하며 과열 논란을 빚었던 국내 금 시장의 '김치 프리미엄'이 붕괴했다. 국제 금값 조정이 방아쇠가 되면서 비정상적으로 부풀려졌던 가격 거품이 빠르게 꺼지는 모양새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는 고점 대비 20% 넘게 폭락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RX금현물을 추종하는 대표 ETF 'ACE KRX금현물'은 이날 25,715원에 거래되고 있다. 9거래일 전인 지난 16일 기록했던 단기 고점(32,795원) 대비 22% 하락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국제 금 시세 연동 ETF가 9%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낙폭이 두 배 이상 크다. 국제 금값 하락분에 더해 그간 쌓여왔던 국내 시장의 높은 프리미엄이 일시에 해소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KRX 금 시장은 국제 시세보다 현저히 비싸게 거래되는 가격 왜곡 현상이 나타났다. 공매도가 불가능하고 선물시장 유동성이 부족해 가격 차이를 이용한 정상적인 차익거래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해외보다 20% 가까이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어졌다.

과열이 심화하자 ETF 운용사가 직접 나서 경고하기도 했다. 'ACE KRX금현물'을 운용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이달 들어 공식 홈페이지와 공시 등을 통해 "국제 금 시세와 국내 금 시세 간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투자 유의를 지속적으로 안내했다.

이 거품을 터뜨린 것은 글로벌 금 시장의 조정이었다. 최근 사상 최고가 행진을 벌이던 국제 금값은 과열 부담감 속에서 대규모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급락했다. 시장 분석가들은 ▲미·중 갈등 완화 기대감 ▲미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 해소 등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나며 안전자산인 금의 매력을 반감시켰다고 진단했다.

특히 가파른 상승세에 대한 부담이 결정적이었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서 금 매수가 시장의 '가장 쏠린 거래(Most Crowded Trade)' 1위로 꼽혔을 정도로 시장은 과매수 상태에서 조정의 빌미를 찾고 있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급락이 단기 과열을 해소하는 '건전한 조정'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프리미엄 붕괴로 국내 금값이 국제 시세에 가까워진 만큼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금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하며 이번 조정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LS증권 역시 중장기적인 금의 상승 요인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며 단기 변동성 확대 시 저가 매수를 추천했다.

긍정적 전망의 근거는 향후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이다.

NH투자증권은 "미 연준 주도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 하에서 강세 사이클이 전개되고 있다"며 "대표 안전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인 금의 수혜는 계속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KRX금현물 ETF와 국제 금 ETF 주가 추이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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