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가치 하락 방어 위해 주식·부동산·귀금속으로 대규모 자금 이동"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최근 상승세가 두드러진 일본 증시 모습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금융억압'의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금융억압이란 부채에 따른 이자 지급이 어려운 정부가 개입을 통해 장기 금리를 낮추면서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말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10일 보고서에서 "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일본이 가장 먼저 금융억압의 시동을 걸었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아베 정부 시절 일본의 CPI는 0%대였지만, 지금은 3%를 넘나들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장기 금리가 오히려 급등하자 일본 당국은 개입을 통해 장기물 금리를 눌렀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금융억압이 급증하는 이자 비용 앞에서 어쩔 수 없는 정부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다카이치 내각과 프랑스의 국민연합 극우가 정치적 세력을 형성한 것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이 연구원은 "금융억압은 무슨 '정부의 음모' 같은 것이 아니다"며 "국민들도 눈앞의 증세와 복지 축소에 반발하고, 극단적 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정치적으로 모두가 금융억압을 선택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거대 부채와 금리 문제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결국 지금 일본의 모습은 미래에 전 세계에서 보게 될 일들의 예고판일 뿐이다"고 지적했다.
금리가 대규모 완화 정책으로 물가 수준보다 낮게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자금이 자산시장 전반으로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물가보다 훨씬 금리를 낮게 주는데, 여기에 머무를 사람이 있겠는가"라며 "화폐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각종자산(주식/부동산/귀금속)'으로 대규모 자금이 이동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로 '엔화 약세+자산가격 강세' 조합"이라며 "지금 일본에서 보여지는 건 미래에 전 세계에서 나타날 일들의 예언일 뿐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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