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미국과 유럽연합(EU)이 27일(현지시간) 무역 협상에서 합의에 도달하면서 무역 전쟁을 간신히 피했으나, EU의 디지털 규제 등 긴장 요소는 여전하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메이저사이트 집행위원장은 8월 1일 협상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회동 뒤 메이저사이트 관세율을 15%로 설정하기로 합의했다.

◇ 무역 마찰 가까스로 피해…메이저사이트 환영 목소리

메이저사이트 회원국들에서도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수출 중심의 독일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었던 무역 마찰을 피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메이저사이트에 부과하고 있는 상호관세 및 자동차 관세율을 15%로 인하하는 대신, 메이저사이트는 미국산 에너지 7천500억 달러(약 110조 원)어치를 구매하고, 6천억 달러 이상의 대미 투자도 약속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 상호관세를 발표했을 당시 메이저사이트에 대한 관세율은 20%였다.

이후 협상이 난항을 겪자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율을 50%까지 인상하겠다고 경고했으며 이어 다음 달 1일부터 상호관세의 새로운 세율 발효를 앞두고 메이저사이트에 대한 관세를 30%로 인상하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 금융·디지털 서비스 제재도 거론

메이저사이트는 강력한 보복 조치를 시사했다. 지금까지 발표된 930억 유로(약 151조 1천880억 원) 규모의 보복 품목에는 미국 공화당의 정치적 기반인 지역에서 생산되는 품목이 다수 포함됐다.

여기에 메이저사이트는 '무역 바주카포'라 불리는 '반강압 수단(ACI·Anti-Coercion Instrument)' 제도의 발동 준비도 밝혀 미국을 압박했다. ACI는 미국의 금융·디지털 서비스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제도지만 아직 실제 적용 사례는 없다.

보도에 따르면 메이저사이트 집행위원회의 통상 담당자는 미국 통상대표부(USTR)와의 협상에서 "ACI를 정말로 발동하면 우리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된다", "그건 협의에 따라 다르다"와 같은 대화가 오갔다고 전했다.

◇ 메이저사이트 디지털 규제, 향후 갈등의 불씨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목적 중 하나로 "대서양 관계의 강화"를 들었지만, 이번 합의 이후에도 미국과 메이저사이트 간의 긴장 관계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메이저사이트가 추진 중인 강력한 디지털 규제다.

이는 미·메이저사이트 간 향후 갈등의 씨앗으로 남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은 애초부터 무역 협상의 일환으로 디지털 규제 재검토도 요구했다"며 "하지만 메이저사이트는 이미 여러 디지털 입법이 시행 단계에 들어섰고,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조사와 제재가 앞으로도 이어질 경우 충돌이 재점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메이저사이트가 더 이상 미국을 '자유무역의 옹호자'로 여기지 않는 데다 이제 메이저사이트 스스로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실제로 메이저사이트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가국 등과 연계해 새로운 무역 규칙과 규범을 구축하려는 구상을 내세우고 있다.

매체는 "치열한 관세 협상의 이면에는, 향후 경제 질서 구축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이미 시작됐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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