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19일 서울 채권시장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국회 발언을 주시하는 가운데 약세 우위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과 통화정책 수장인 구 부총리와 이 총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어떤 정책 조합 방향을 시사할 것인지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구 부총리를 비롯한 정부와 여당이 경기 지원을 위한 확장 재정을 강조하는 반면 통화정책은 덜 완화적인 경로가 시사된다면 채권시장에는 가장 나쁜 시나리오다.
새 정부에서 이런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전 민주당 집권 기간에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과 통화, 양 수단이 적극적으로 동원됐다.
경기 방어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만, 폭등한 집값과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는 이제 치료법을 찾기 어려운 악성종양이 되어버렸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정권을 내줘야 하는 치명타였다.
그런 만큼 이재명 정부는 집권 직후 서울 부동산 가격이 불안해지자 유례없는 고강도 대출 규제를 내놓으면서 안정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대출 규제의 '약발'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은 수없이 반복됐던 경험칙이기도 하다.
실제 규제 이후 수도권 주택가격의 상승세가 다소 누그러지기는 했지만, 안정됐다기보다는 관망세란 평가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전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했다며 고강도 대책을 사전에 검토하라고 참모들에게 주문했다.
이 총재도 지난 7월 금통위에서 '서울 집값'이 안정되어야 한다며 가격을 직접 겨냥했다.
이전까지 특정지역 주택가격보다는 가계부채 비율 관리에 초점을 둔다고 해왔던 것과 결이 달랐다.
올해 1% 이하는 물론 내년에도 잠재 이하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가 불가피하겠지만, 수도권 부동산이 안정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자신감을 갖기 전까지는 이 총재의 발언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다만 이 총재 발언이 매파적일 수 있다는 점은 시장이 어느 정도 예상한 방향이기도 하다.
여당과 구 부총리가 내년 재정운용에 대해 어떤 스탠스를 드러낼 것인지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정부는 세입 확대와 기존 예산 구조조정을 통해 공약 사업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시장에 안도감을 제공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는 원론적인 차원일 뿐 실제 내년 예산안 규모와 이에 따른 국고채 발행 물량을 확인해야 한다는 경계심은 여전하다.
내년 예산안의 국회 제출 시한(9월초)이 다가오는 가운데 구 부총리가 무리한 재정적자 확대에 대해 선을 긋는다면 채권시장에는 안도감을 제공할 수 있다.
대외 요인은 오는 22일 열릴 잭슨홀 회의 대기 모드로 전환될 수 있는 시점이다.
7월 미국 고용 부진과 소비자물가지수(CPI) 예상 부합으로 랠리를 펼쳤던 채권시장은 생산자물가(PPI) 급등 충격으로 강세를 일부 되돌렸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두고 일각에서 빅컷(50bp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제기됐다가 PPI 이후에는 동결 주장이 나올 정도로 현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하다.
금리 선물 시장은 9월 25bp 인하 확률을 80% 이상 반영하는 중이다. PPI 이전 100%에 육박했던 것보다는 낮아졌지만, 관세로 인해 올해 물가의 어느 정도 상승은 예상된 것인 만큼 연준이 예고한 수준의 인하는 단행할 것이란 믿음은 여전하다.
연준은 6월 FOMC에서 올해 PCE 가격지수의 상승률을 기존 2.7%에서 3.0%로 올리면서도 점도표를 통해서는 올해 2회 추가 인하를 예고했다.
제롬 파월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이런 기대를 깨뜨리는 발언을 내놓을 근거는 아직 많지 않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휴전 가능성도 주시해야 하는 요인이다. 당초 미·러 정상회담에서 휴전에 진전이 있을 것이란 기대가 많았지만, 합의는 도출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지난밤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와의 3자 회담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양자회담을 우선 실시하고, 이후 3자 회담을 열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은 국고채 30년물 3천억원 교환 입찰이 진행된다.
지난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달러-원 1개월물은 1,386.30원(MID)에 최종 호가됐다.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2.50원)를 고려하면 전장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385.00원)보다 3.80원 오른 셈이다.
jwoh@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