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20일 서울 채권시장은 대내외 재료가 엇갈리면서 혼조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국채 금리가 모처럼 하락하면서 생산자물가지수(PPI) 충격을 어느 정도 소화한 양상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빠른 금리 인하에는 여전히 신중한 한국은행 스탠스에 내년 예산 규모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도 불거졌다.
우선 재정과 관련해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전일 오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지출과 국채 발행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며, 확장 재정 의지를 드러냈다.
강 실장은 "재정만으로 경기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재정을 빼고 경기를 살릴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면서 "국채 발행은 정해져 있는 답이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돈으로 추가적인 재정 지출을 하겠나"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의 재정지출 확대로 경기가 살아나면 세입이 증가하며 재정건전성도 회복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달 말 전후로 내년 예산안이 공개될 예정인 가운데 대통령실의 이런 입장은 국채 발행 규모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는 국정기획위원회가 법인세 인상 등 세입 기반 확대와 세출 구조조정으로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필요한 예산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채권시장에 다소간의 안도감을 제공했던 것과도 결이 다소 다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일 국회에서 세입 확대와 세출 조정이 우선이라면서도 "한국 경제가 초혁신 경제로 나가지 않고 돈을 아끼려고 하다가는 진짜 구렁텅이에 빠질 수 있다"며 필요한 투자는 과감하게 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구 부총리는 "국채 발행은 최대한 늦추는 식으로 전략을 쓰고 있다"라고도 했지만 '성장 통한 세수 확장'에 무게를 더 실었다. 확장재정의 선순환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강 실장의 발언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이 총재의 전일 국회 발언도 시장에 우호적이지는 않다. 이 총재는 집값의 추세적인 안정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나라 중앙은행보다 통화정책 결정에서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문제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또 올해 성장률 전망치의 상방리스크가 커졌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금리 인하가 시급하다는 신호는 발신되지 않았던 만큼 8월 인하 기대가 되살아나기는 어려운 여건이다.
국내에서는 재정과 통화정책 양 측면에서 채권시장에 우호적이지 않은 요인들이 우위를 점한 양상이다.
반면 미 국채금리가 7월 PPI 충격파 이후 처음으로 하락한 점은 국내 채권가격을 지지할 요인이다.
미 국채 10년물은 지난밤 2.7bp, 2년물도 1.7bp 하락했다. 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9월 연방공개시장위윈회(FOMC)에서의 25bp 금리 인하 기대도 80%대 중반으로 소폭 상승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휴전 관련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하락한 점 등이 금리 반락을 지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휴전 관련 뚜렷한 해법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낙관적인 신호를 발신하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성공적 회담 이후 우크라 분쟁 해결할 가능성 크다고 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재정 여건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 평가를 한 점도 일조했다.
미국 금리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만큼 최근 집중됐던 외국인 국채선물 매도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오는 22일(미국시간) 예정된 잭슨홀 회의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내놓을 발언에 대한 경계심은 여전한 만큼 적극적인 움직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날 한은은 2분기 국제투자대조표를 발표한다. 구윤철 부총리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와 공급망안정화위원회 회의를 주관한다.
오전 중 뉴질랜드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이 예정됐다. 장 마감 이후에는 영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플레 우려 등으로 최근 영국 국채금리가 급등했던 바 있다.
미국에서는 7월 FOMC 의사록이 공개될 예정이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의 연설도 예정됐다.
한편 지난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달러-원 1개월물은 지난밤 1,390.80원(MID)에 최종 호가했다.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2.45원)를 고려하면 전장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390.90원)보다 2.35원 오른 셈이다.

jwoh@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