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내 기업을 향한 압박 수위를 확대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순매도세가 가속할지 주목된다.

21일 연합인포맥스 매매추이(화면번호 3302)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4거래일 연속 코스피 주식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달러-원 환율도 외국인 주식 순매도세 속 꾸준히 강세를 보였다.
연합인포맥스 일별거래종합(2150)에 따르면 지난 14일 1,382.00원에 장을 마감했던 달러-원은 지난 20일 1,398.40원에 정규장 거래를 마쳤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내세우며 국내외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앞서 미국이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부과하는 50% 품목관세 적용 범위를 407종의 파생상품으로 늘리면서 한국의 관련 산업계도 피해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의 관세 범위에 새로 추가된 품목 중 한국 수출액 규모가 작년 기준 118억9천만달러(약 16조5천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미 정부가 삼성전자를 포함해 자국 내 공장을 짓는 반도체 기업들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이 반도체법(Chips Act·칩스법)에 따라 인텔에 제공한 보조금을 출자 전환해 지분 10%를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삼성전자·대만 TSMC 등에도 유사한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현실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반도체 기업의 대미 투자를 극대화하기 위한 압박 카드라는 해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러한 대외 불확실성에 국내 증시는 이달 들어 약세를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코스피는 지난달 31일 3,288.26에 고점을 확인한 뒤 하락 폭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
뉴욕 증시 기술주 하락에 따른 위험선호 심리 위축 등 대외 요인도 컸지만, 특히 국내 정책 이슈가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 강화 여부가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가 이른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통과를 두고 여야 공방이 이어지면서 외국인이 느끼는 불확실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 논란과 관련해 "아직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구 장관은 정부 입장이 언제 결정되느냐는 질의에는 "여러 가지 상황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코스피가 고점 수준에 도달하며 수익을 얻을 만큼 얻었는데, 정치권에서 시간을 끌면서 실망 매물도 커진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에서 차익을 실현한 뒤 상단이 막힌 한국보다는 상단이 뚫린 일본이나 대만 쪽으로 이동하려는 수요도 있었을 것"이라며 "며칠간 'AI거품론'으로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가 많이 내렸는데, 이렇게 되돌림이 있을 때 이를 기회로 외국인이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물가 상승 경계감이 고조되면서 외국인의 국내 증시 순매도와 국채 선물 매도 등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는 원화 자산에 대한 회피로 해석된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미국의 반도체법 관련 논란은 국내 증시와 달러-원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주가 상승 모멘텀이 빠지는 시기인 데 이어 세제 개편안에 대한 외국인의 기대 심리도 식어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수출 주도형 성장 국가이다 보니, 수출액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코스피 3,100선 부근이 적정 수준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주가를 끌어올릴 추가 여력이 현재로서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미국의 삼성전자 지분 확보 논란이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되겠으나, 장기적으로는 미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사업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우호적인 관측도 있다"면서도 "오는 23일(현지시간) 잭슨홀 미팅이 끝날 때까지는 불확실성 때문에 외국인 주식 순매도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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