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투심 저하…"지배구조 상 대주주 지원 제약 의식" 의견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기자 = 석유화학 합작사가 발행한 회사채가 최근 장외시장에서 민평 금리보다 큰 폭으로 높게 거래되는 모습이 연출됐다. 지난 5월 여천NCC(A-)의 회사채가 민평 금리 대비 135bp 높게(오버) 매매된 데 이어, 이달 한화토탈에너지스(AA-)의 회사채는 50bp 높게 거래됐다.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합작사'라는 점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냔 의견이 나왔다. 불황 속에서 대주주 간 이견을 보일 경우 책임 분담 등이 다소 불명확해질 수 있단 이유에서다.
29일 연합인포맥스 종목별 매매추이(화면번호 4505)에 따르면 '여천NCC 84-1' 회사채는 지난 5월 장외시장에서 50억 원 규모로 민평 금리 대비 135bp 오버로 거래됐다. 금리가 높다는 건 그만큼 싼 가격에 거래됐다는 의미다.

해당 회사채는 지난해 10월에 발행된 2년물로, 지난해 12월 109bp 오버로 1천만 원, 4천만 원 규모로 거래됐다. 간헐적으로 1억 원 단위로 매매됐다가 지난 5월 50억 원 규모로 민평금리보다 높게 거래됐다.
여천NCC가 발행한 여타 온라인카지노의 경우 거래 규모가 크진 않았다. 지난해 10월 발행된 3년물 '여천NCC 84-2' 온라인카지노는 올 초 145bp 이상 오버로 거래됐다. 규모는 1억3천만 원에서 1억7천만 원 정도다.
지난해 3월에 발행됐던 2년물 '여천NCC 78' 회사채도 지난해 말쯤 100bp 오버에 거래됐는데 대부분 1천만 원 혹은 그 이하 단위로 매매됐다.
석유화학사인 한화토탈에너지스가 발행한 온라인카지노도 비슷한 모습이 연출됐다.
지난 2023년 2월에 발행한 5년물 온라인카지노인 '한화토탈에너지스27-3'은 지난달 12bp 오버로 200억 원 규모로 거래되다 이달 13일 50bp 오버로 200억 원 규모의 거래가 체결됐다. 지난해 3월, 5월에 비슷한 규모로 민평 금리 수준에서 거래된 것과 대비됐다.
지난 2월 48bp 오버로 거래가 된 적이 있는데 그 규모는 10억 원 정도였다.
양사의 공통점은 석유화학 합작사라는 점에 있다.
현재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발 과잉공급으로 구조적 불황을 겪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계열 내 지원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단 우려가 커진 게 아니냔 의견이 나왔다.
여천NCC는 한화·DL그룹이 공동 설립한 에틸렌 생산 기업이다. 현재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009830]이 각각 지분 50%를 보유 중이다.
한화토탈에너지스의 경우 한화임팩트와 프랑스 에너지 기업인 토탈에너지스가 각각 지분 50%를 갖고 있다. 전신인 삼성토탈을 한화그룹이 인수하면서 사명이 변경됐다. 기초유분 화성 및 합성수지제품 등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여천NCC는 이달 말까지 3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해야 했는데, 지원 방안을 두고 대주주 간 이견을 보인 바 있다.
한화토탈에너지스의 경우 대주주 간 갈등이 불거진 적은 없지만, 지원 제약 요인이 존재한다는 점은 신용평가사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여기에 여천NCC처럼 한화토탈에너지스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올 상반기 연결 기준 3천592억 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지난해에는 2천47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회사가 공동기업인 가운데, 공동기업의 특성상 계열 내 지원 등에서의 제약요인 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합작사는 지배구조 상 좋게 보긴 어렵다"며 "돈을 잘 벌 때는 같이 공유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서로 꼬리 자르기를 하는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채권시장 다른 관계자는 "지금 업황이 장기적으로 밝지는 않아 손절하자는 식으로 접근한 것"이라며 "(여천NCC의 경우) 지원 이슈가 나타나기 전에도 싸게 거래됐는데, 현재로서는 엑시트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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