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게시판에 비판글 봇물…장차관 해명·사과 요구도

기획재정부 중앙동 청사
기재부 사옥 전경-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제공]

(세종=연합인포맥스) 최욱 박준형 기자 = 금융당국 개편안 철회로 국내 금융정책 흡수가 무산되면서 기획재정부 내부 게시판에는 망연자실한 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막지 못한 고위 간부들을 향한 비판과 함께 장·차관이 직접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6일 관가에 따르면 기재부 내부 익명 게시판인 '공감소통'에는 정부 조직개편에 대한 불만을 담은 글이 대거 올라와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전날 긴급 고위 당정대 회의를 열고 온라인카지노당국 개편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재부의 핵심 권한인 예산 편성 기능은 기획예산처로 분리되지만, 온라인카지노위원회의 국내 온라인카지노정책 기능 흡수는 무산됐다.

예정대로 내년 초 예산처가 국무총리실 산하로 편입되면 기재부는 재정경제부로 이름을 바꿔 경제정책 총괄·조정, 세제, 국고, 국제온라인카지노, 공공기관 관리 등을 맡게 된다.

부총리 부처로서 경제사령탑 역할은 유지되지만 주요 정책 수단은 사실상 세제와 국제온라인카지노만 남는 셈이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기재부 직원들은 내부 게시판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허탈함과 분노를 쏟아냈다.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에서는 '우리 부 간부님들은 반성하셔야 합니다'란 게시물이 큰 주목을 받았다.

한 직원은 해당 글에서 "이번 조직개편 논의 과정에서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부 간부들은 조직의 역할과 능력에 대한 사명감, 조직원들을 아끼고 위하는 마음이 전혀 없다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간부님들은 반성하셔야 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조직원들에겐 그렇게 강하신 우리 부 간부님들께서 대외적으로 얼마나 무능하고 무감각하신지 깨달으셨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이 직원은 "예산처 분리 논의가 이뤄질 때 남은 '경제 조정 총괄' 역할을 해야 하는 직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한 분이 한 분이라도 계셨냐"고도 반문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이 글에 공감을 표시하며 "직원 간담회라도 열어서 설명을 좀 해달라"며 "사표 내신 1급들 내세우지 말고 장관, 차관이 나와서 설명이나 사과라도 좀 하시라"고 댓글을 달았다.

'방구석 여포의 참패'라는 제목의 글도 직원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 글을 쓴 직원은 "방구석 여포라는 말처럼 일만 하다가 조직 확장, 승진 같은 실속은 하나도 못 챙기는 게 개탄스럽다"며 "간부님들은 일만 시키지 마시고 밖에서 힘 자랑을 하시든 뭘 하시든 조직에 신경 좀 써달라"고 했다.

이 직원은 또 "사명감이 있어도 일을 할 수단이 없다"며 "예산도 없고 온라인카지노도 없는데 경제정책 조정·총괄이 가능하냐"고 따져 물었다.

이 밖에도 내부 게시판에는 '삼가 기획재정부의 명복을 빕니다', '말로만 부총리 부처라고 온갖 폼은 다 잡고', '말 잘 들으면 바보 되는 게 현실' 등 비판적인 제목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wchoi@yna.co.kr

jhpark6@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본 기사는 연합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1시 36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