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주주 명부 오른 韓 VC…삼성의 레인보우 인수도 눈길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벤처캐피탈(VC) 업계에 2025년은 길었던 '자본의 겨울'을 끝내고 회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해였다.

3분기 누적 벤처투자액이 전년 대비 13% 늘어나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온기가 골고루 퍼지지는 않았다.

AI·로봇 등 딥테크 기업에는 뭉칫돈이 몰린 반면, 전통적인 플랫폼 기업들은 '옥석 가리기'의 칼바람을 맞으며 희비가 엇갈렸다.

한편 신 정부 출범 이후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출범은 새로운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일부 스타트업의 도덕적 해이와 폐업 사태는 생태계의 건전성이라는 무거운 숙제를 남겼다. 올해 VC 업계를 관통한 10대 뉴스를 정리했다.

◇투자금 9.8조 회복…150조 '국민성장펀드' 마중물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벤처투자액은 9.8조 원, 펀드 결성액은 9.7조 원을 기록했다. 고금리 여파가 지속됐음에도 전년 대비 뚜렷한 'V자 반등'을 이뤄냈다.

특히 1분기에만 2.6조 원이 집행되며 연초부터 시장의 회복 심리가 살아났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도 한몫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5년간 150조 원 이상을 투입하는 '국민성장펀드' 출범을 알렸다.

첨단전략산업기금과 민간 자금을 1대1로 매칭하는 구조로, 업계에서는 이를 향후 20년 성장 엔진을 위한 핵심 마중물로 평가하고 있다.

◇센시·오픈리서치 사태…'모럴 해저드' 경종

빛이 강한 만큼 그림자도 짙었다.

창업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는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유망 AI 스타트업 오픈리서치 대표의 투자금 도박 탕진 사건과 센시 대표의 횡령 및 잠적 사태는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이에 VC들은 투자 심사 시 창업자의 평판 조회와 내부 통제 장치 마련을 최우선 순위로 두게 됐다.

명품 플랫폼 발란도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사실상 영업을 중단했다. 이는 외형 성장에만 치중했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었다.

◇플랫폼 지고 뷰티 떴다…달바 투자로 대박

발란 등 플랫폼 기업들이 신음하는 사이, K-뷰티는 확실한 실적을 무기로 '회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우리벤처파트너스는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 '달바(d'Alba)' 투자금을 일부 회수하며 잭팟을 터뜨렸다. 초기 투자금 80억 원의 절반만 매각했음에도 1,500억 원을 벌어들이며 약 18배의 수익률(멀티플)을 기록했다. 이는 내수 중심 플랫폼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실적을 내는 소비재 기업이 자본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트렌드 변화를 보여줬다.

◇'매출 1천억' 벤처 1천개 시대…엔터테크 유니콘 탄생

벤처기업의 경제적 위상은 더욱 공고해졌다. 매출 1천억 원을 돌파한 벤처기업 수가 사상 1천개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늘었다.

이들의 고용 규모는 삼성그룹 전체 고용을 웃도는 35만 명 수준으로, 국가 경제의 허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유니콘 지형도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지드래곤(GD) 소속사로 알려진 갤럭시코퍼레이션은 1천억 원의 프리IPO 투자를 전량 보통주로 유치하며 기업가치 1조 원을 인정받았다. K-컬처와 기술을 결합한 '엔터테크'가 플랫폼의 뒤를 잇는 차세대 유니콘 산실로 떠올랐다.

◇메타 1.2조 제안 걷어찬 퓨리오사…개미 울린 '임원 대량 매도'

올해 딥테크 업계 최대의 화두는 단연 퓨리오사AI였다.

연초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Meta)가 퓨리오사AI에 약 8억 달러(약 1조 2천억 원) 규모의 인수를 제안했으나, 3월 최종 결렬된 사실이 알려졌다.

퓨리오사AI 측은 당장의 몸값보다는 인수 후 독자적인 기술 로드맵과 경영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메타의 러브콜을 거절하고 독자 생존을 택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불거진 주요 투자사의 행태는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메타 인수설과 정치 테마가 겹치며 투자사 DSC인베스트먼트 주가가 급등하던 4월, 임원 등 내부자 8명이 보유 주식 약 134억 원어치를 장내 매도해 차익을 실현했다. 회사 측은 유동성 확보 차원이라 해명했으나, 호재에 편승한 경영진의 매도는 주주들의 반발을 불렀다.

◇'추대' 관행 깬 첫 경선…김학균 협회장 "회수 시장 살린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VC협회) 20년 역사상 처음으로 치러진 협회장 경선은 업계의 성숙도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그동안 원로들의 추대로 회장을 선출하던 관행을 깨고, 이번 제16대 선거에는 김학균 퀀텀벤처스코리아 대표,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 등 쟁쟁한 후보 4명이 출사표를 던지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선거 과정은 극적이었다. 1월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가 과열 방지를 위해 사퇴하며 후보가 압축됐고 2월 이사회 최종 투표에서는 김학균 대표가 21표를 얻어 송은강 대표(19표)를 단 2표 차로 제치고 신승을 거뒀다.

취임 후 김 협회장은 "기술 패권 시대에 코스닥 시장 활성화가 필수"라며 코스닥 전용 펀드 조성과 연기금 등 민간 LP(출자자) 유입 확대를 핵심 과제로 내걸었다. 이는 관치 중심의 자금 조달 구조를 탈피하고 민간 주도의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인재 전쟁'의 그늘…디노티시아, 사피온 기술 유출로 법정행

AI 반도체 인재 쟁탈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기술 유출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8월, 수원지검은 AI 반도체 스타트업 디노티시아의 대표와 엔지니어들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전 직장인 사피온(현 리벨리온)의 NPU(신경망처리장치) 핵심 설계도와 소스코드 등 약 280억 원 상당의 기술 자료를 무단 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디노티시아 측은 "자료 반출은 있었으나 부정한 목적은 없었으며, 개발 중인 제품(VDPU)은 사피온의 기술(NPU)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당초 국정원 제보로 불거졌던 '중동 기술 유출' 의혹은 무혐의로 종결됐으나, 동종 업계 이직 과정에서의 IP(지식재산권) 탈취 논란은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딥테크 업계의 보안에 경종을 울렸다.

◇"머스크와 동행"…스페이스X 주주 명부 오른 韓 VC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2026년 상장(IPO)설이 구체화되면서,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선 국내 온라인카지노 에스뱅크투자사들의 '잭팟'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스페이스X에 총 2억7천800만 달러(약 4천100억 원)를 베팅했다.

당시 2천억 달러 수준이던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현재 8천억 달러(약 1천180조 원)까지 치솟았다. 상장 시 1조5천억 달러(약 2천200조 원)까지 거론되는 만큼, 미래에셋은 원금 대비 5~10배, 최대 3조 원대의 평가 차익을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온라인카지노 에스뱅크지주 그룹의 한국투자파트너스도 지난 8월 스페이스X에 1천만 달러(약 130억 원)를 투자하며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국내 자본이 글로벌 최상위혁신 기업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단계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딜 소싱 능력을 갖췄음을 증명한 사례다.

◇삼성의 레인보우 인수·AI 반도체 합병…'산업 주도·대형화'

대기업 주도의 인수합병(M&A)과 스타트업 간 '빅딜'은 올해 자본시장의 하이라이트였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35%까지 늘리며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AI 반도체 분야에서는 리벨리온과 SK계열 사피온코리아가 합병하며 기업가치 1조3천억 원의 거대 유니콘이 탄생했다.

엔비디아 독주 체제에 대항하기 위해 국내 스타트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선택한 전략적 결단이다.

◇'미운 오리'서 '백조'로…화려하게 부활한 바이오 투자

긴 침묵을 깨고 바이오 훈풍이 불면서 뚝심 있게 버틴 VC들이 달콤한 과실을 맛봤다.

눈에 띄는 곳은 스톤브릿지벤처스다. 초기 발굴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사 '아델'이 사노피와 1조5천억 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맺으며 잭팟을 터뜨렸다. 아델의 시리즈 B 브릿지 단계까지 리드하며 지분을 확보한 스톤브릿지는 이번 딜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상장(IPO) 대박도 이어졌다. RNA 치료제 기업 '알지노믹스'는 상장 첫날 '따따블(공모가 4배)'을 기록하며 시총 1조 원 클럽에 가입했다. 이에 초기부터 투자한 산업은행,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쿼드벤처스 등 FI들의 지분 가치가 급등했다.

이외에도 오름테라퓨틱, 프로티나, 이뮨온시아 등이 상장 이후 강세를 보이며 긴 침체기를 겪은 바이오 섹터가 VC의 핵심 회수처로 화려하게 복귀했음을 알렸다.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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