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코스피가 8월의 첫 거래일부터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한 실망감과 미국 금리 인하 기대 후퇴라는 이중 악재를 맞으며 4% 가까이 폭락했다. 그간 증시 랠리를 이끌었던 상승 동력이 일제히 소멸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6.03포인트(3.88%) 내린 3,119.41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32.45포인트(4.03%) 폭락한 772.79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증시 급락의 가장 큰 원인은 전일 발표된 신정부의 세제개편안이었다. 시장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기대했으나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10억 원으로 강화 ▲증권거래세 0.05%p 인상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35% 적용 등 투자자 부담을 가중하는 내용이 담기자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특히 그동안 '코리아 밸류업' 모멘텀을 이끌었던 금융, 지주 등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관련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증권(-6.48%), 보험(-4.56%), 금융(-4.95%) 업종이 급락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대외 환경도 비우호적이었다.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빠르게 후퇴한 것이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표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자,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른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38.7%까지 급락했다.
이러한 강달러 흐름은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장중 1,400원을 돌파하며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빅피겨'를 넘어섰다. 환율 급등은 외국인 자금 이탈을 가속화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상호 관세율을 확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불확실성 해소라는 긍정적 측면보다 고율 관세의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부각되며 차익 실현 압력을 가중했다.
수급적으로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가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6천560억 원, 기관은 1조719억 원을 순매도했다. 개인만이 1조6천318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하방을 방어하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도 1만 계약 이상을 순매도하며 선현물 합계 1조 원에 가까운 매도 우위를 보였다.
업종별로는 주도주였던 금융, 지주, 방산, 원전 관련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반면 통신, 음식료 등 일부 경기 방어주는 상대적으로 낙폭을 제한했다.
박기훈·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6~7월 코스피 랠리는 실적(EPS) 개선보다 주가수익비율(PER) 상승, 즉 멀티플 확장에 기인했다"며 "상승 모멘텀이 모두 소멸하면서 하방 압력이 가중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하방 압력이 우세할 것이나, 12개월 선행 PER 10년 평균인 10.3배에 해당하는 3,063.98를 1차 지지선으로 고려할 수 있다"며 "가격 조정 이후에는 반도체, 조선 업종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며 저가 매수 접근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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