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7월 한 달간 미국 주식시장은 뜨거웠다. 미 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주가수익비율(P/E)과 주가매출비율(P/S) 등 각종 지표는 역사적 고점을 가리켰다. 월가는 극도의 희열감을 뜻하는 '유포리아'에 빠져 환호했다. 그러나 8월 들어서면서 과열에 대한 경계심을 가져야 할 때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과열을 알리는 시그널은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다. 최근 밈 주식 열풍은 코로나 때 주가 정점기인 2021년을 연상케 한다. 코로나 때 대표적인 밈 주식이었던 오픈도어 테크놀러지는 최근 개인들의 매수세로 급등세를 보였다. 헤지펀드 EMJ 캐피털의 에릭 잭슨 대표가 X(구 트위터)에 오픈도어가 8월에 처음으로 EBITDA(상각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밈 주식 투자자들이 모이는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커뮤니티에서 오픈도어 얘기가 오가면서 주가가 하루에 120% 오르기도 했다.

오픈도어에 이어 크리스피크림과 고프로 등도 밈 주식 대열에 합류했다. 레딧에 모인 개인들은 주로 주가가 낮으면서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들을 공략한다. 개인들의 매수세가 몰려 주가가 오르면 기관들이 공매도 포지션을 풀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가가 더 오른다.

개인들이 들으면 기분 나쁘겠지만, 시장에 가장 나중에 들어오는 투자자는 개인투자자들이다.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시작하면서 주가가 폭락했을 때 개인들은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시장이 충격에서 V자 반등에 들어서고, 이제 전고점을 돌파하자 개인들이 시장에 다시 합류했다. 그러면서 나타난 게 밈주식 열풍이다. 전형적인 끝물 신호다.

골드만삭스가 자체 개발한 '투기적 거래지수'는 2021년 이후 최고치까지 올랐다. 이 지수는 동전주와 수익이 나지 않는 기업에 대한 거래량을 측정하는 지수다.

CNN에서 집계한 탐욕과 공포지수는 7월 중 '탐욕'(Greed)의 영역에 꾸준히 머물렀다. 이 지수는 75를 넘으면 극단적 탐욕의 영역을 의미한다. 지난 4월 8일 이 지수는 3을 기록해 극단적 공포 상태에 있다가 지난달 11일부터 25일까지 극단적 탐욕 영역인 75 이상까지 올라갔었다. 이 지수는 ▲시장 모멘텀 ▲주가 강도 ▲주가의 폭넓은 움직임 (Breadth) ▲풋·콜 옵션 거래 ▲정크본드(투기등급 회사채) 수요 ▲시장 변동성 ▲안전자산 수요 등 7개 기준을 종합해 평가한다.

탐욕 공포지수

8월 1일 첫 거래에서 뉴욕증시가 고용지표 부진으로 폭락하면서 이 지수는 중립을 의미하는 50으로 내려왔으나 아직 과열장세가 끝났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미국의 내수 부양책이 본격화되면 주식시장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국과 관세 협상을 대부분 마무리 짓고, 8월부터는 본격적인 내수 부양으로 눈을 돌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방준비제도(Fed)를 향해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관세 환급금을 국민들에게 뿌려 소비를 유도할 태세다.

현재 연 4.25~4.50%인 중앙은행 기준금리를 트럼프 대통령은 2% 아래로 내려놓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가와 거시경제 환경이 저금리를 허락하지 않는 상황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별로 개의치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돈 풀기와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정책이 맞물리면 적어도 내년까지 미국 주식시장은 극단적 과열로 흘러 들어갈 수도 있다.

밈 주식에 국내 서학개미들도 많이 들락날락한다고 한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31일까지 국내 서학개미들이 밈 주식인 오픈도어를 매수한 금액은 7천496만5천달러에 이른다. 시장의 온도가 뜨거워질수록 리스크관리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국제경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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