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일부 증권사가 레포펀드를 활용해 여전채 발행 물량을 독점하는 등 '한판 떼기' 관행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어 채권시장에서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15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캐피탈사는 16조7천억원가량의 회사채(여전채)를 발행했다.
이는 만기 도래 물량인 11조5천억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5조2천억원가량 순발행이 이뤄졌다.
레포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시장 수요가 확대됐다는 평가다.
증권사들을 2종 수익권자로 참여시키는 새로운 구조의 레포펀드 형태가 입소문을 타면서 펀드가 설립되고 이러한 펀드의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연합인포맥스가 올해 3월27일 오후 1시5분 송고한 '레포펀드의 위험한 레버리지 설계…여전사·증권사도 한몸' 기사 참조)
최근엔 '한판 떼기' 관행으로 진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판 떼기'는 한 회차 발행 물량을 특정 증권사 영업팀 등 한 주체가 전량 가져가는 행태를 말한다.
업계 전문가들조차 생소한 용어인데 이러한 관행이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가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사 사모펀드운용부가 같은 회사나 혹은 타사 채권 브로커팀과 주도해 레버리지 400% 사용이 가능한 사모형태로 레포펀드를 설립하고, 같은 회사 또는 타증권사 고유자금을 2종 수익권자로 참여시킨 후 발행사에 접촉해 물량을 다 가져가기로 약속하는 행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 6~8월 'AA-' 신용등급의 여러 캐피탈사가 '한판 떼기' 발행 요청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가 발행 물량의 상당 부분을 공격적으로 가져가고 있다"며 "시장을 교란하고 있는데 랩 신탁 사태와 본질이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자산운용사의 채권 운용역은 "과거 일부 랩신탁에서 기관들의 설정, 환매에 편법으로 대응하기 위해 외부 증권사 사모펀드와 일부 운용사 사모펀드의 레버리지를 활용했던 것과 스킴이 같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이어 "채권브로커팀이 여전채 발행 수수료도 자기들이 받고, 자기네 북에서 보유한 미매각 자산이나 동일 등급 내에서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을 해당 사모펀드에 넣는 형태로 악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도 레포펀드의 공격적 매수 형태를 경계하고 있다.
한 금통위원은 지난 7월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에서 "레포펀드 규모 및 레버리지도 빠르게 증가했는데, 그간 자금 흐름이 되돌려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어떤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는지 질문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그간 완화적 금융 여건이 되돌려지고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 비은행 부문을 중심으로 한 디레버리징 및 시중 유동성 축소가 나타날 경우 취약 업종과 기업에 대한 신용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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