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준 교수 "R&D가 5~10년 뒤 경쟁력 차이 다시 만들어"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 "韓 배터리, OLED처럼 성장시켜야"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돈이 없으면 될 만한 R&D(연구개발)를 하고, 돈이 있으면 하고 싶은 R&D를 합니다. CATL은 선순환 구조에 들어가서 번 돈으로 계속 R&D에 투자하는 상황입니다."

신영준 가천대학교 석좌교수는 17일 SNE리서치가 서초구 양재 엘타워에서 개최한 '코리아 어드밴스드 배터리 컨퍼런스(KABC) 2025'에서 발표자로 나서 "CATL이 어마어마한 연구를 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재료공학 박사인 신 교수는 2021~2023년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냈다.

발표하는 신영준 가천대학교 석좌교수(전 LG에너지솔루션 CTO)
[촬영: 김학성 기자]

그는 "R&D 투자 차이가 5~10년 뒤 경쟁력 차이를 다시 만든다"면서 중국 CATL과 한국 배터리 셀 3사의 R&D 지출을 비교한 도표를 두고 "가장 암울한 그래프"라고 했다.

올해 상반기 CATL은 R&D에 약 2조원을 투자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006400] 등 국내 3사를 합한 것(약 1조5천억원)보다 많았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글로벌 1위 CATL은 10%대 영업이익률을 바탕으로 투자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상반기 한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삼성SDI와 SK온은 적자를 기록했다.

또 신 교수는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축소되는 것이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서 중국에 밀렸다기보다는 기존에 집중했던 삼원계(NCM) 배터리를 더 이상 잘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작년 기준 북미와 유럽에서 90% 정도는 NCM 계열이 탑재되고 있다"며 "한국 업체가 전 세계에서 잃고 있는 시장은 CATL이 NCM으로 가져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 중국 업체는 가격이 싸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성능이 좋다고 하면서 포지션을 바꾸려 한다"며 "NCM에서 최선을 다해 중국에 빼앗긴 시장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점검할 때"라고 덧붙였다.

최근 1년간 CATL과 한국 배터리 셀 3사 업체 주가 등락률 추이
CATL(빨강·90%↑), LG에너지솔루션(파랑·11%↓), 삼성SDI(초록·44%↓), SK이노베이션(보라·7%↓) [출처: 연합인포맥스]

이어서 연단에 선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CATL 직원들이 우리나라로 치면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처럼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면서 회사가 보상도 확실하게 지급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액정표시장치(LCD)는 중국이 한국을 완전히 대체했지만, 고부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는 한국이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배터리가 LCD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고 OLED와 같이 성장시킬 방법이 없는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중국의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은 42.2%에서 77.8%로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도 48.2%로 한국(38.3%)을 앞섰다.

김 대표는 중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정책을 많이 내놓은 것이 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의 10배지만, 배터리 산업 정부 지원금은 20배,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80배 더 많다고 지적했다.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내년부터 중국 업체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이는 미국 시장 공략 강화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확대, 신규 활용처 발굴, 국내 기업 간 특허 협력 등을 들었다.

또 김 대표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지방자치단체 등에 흩어져 있는 정책 지원 주체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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