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수장 회동 후 채권시장 일부에서 제기되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했다.
과거 금리 인하기를 보면 두 수장의 회동이 비둘기 재료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엔 매파적 재료란 평가에 힘이 실린다.
◇ 한은 총재 발언에 10월로 모이는 인하 전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7일 오전 중구 한은 본관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개인 입장에서, 한국 입장에서 볼 때 잘 (관세)협정이 돼서 8월 통방 큰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에 채권시장에서는 8월 금리를 어렵게 인하해야만 하는 결정을 피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관세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높은 관세율이 부과되고 국내 경제에 대한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었는데, 관세 협상이 예상보다 잘 돼 금리 인하 결정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8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려놓지 않던 시장 참가자들도 한은 총재 발언에 기대를 낮춰 잡는 모양새다.
국내 경제 상황을 보면 정부도 금리 인하가 급하지 않을 것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최근 경기가 반등하고 있는 데다 주택시장 재과열 우려가 상존하고 있어서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한은 총재가 '통방(통화정책방향)'이라 콕 찍어 얘기한 것이 인상적이다"며 "8월에 급하게 내릴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들렸다"고 말했다.
네 명의 금통위원은 지난 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3개월 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따라 이달 또는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채권시장에 형성됐다.
◇ 外人 부총리·총재 회동 두고 포지션 거꾸로 잡았나
이번 회동 전후로 외국인 투자자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이들은 두 수장의 회동이 이뤄진 오전 9시 30분부터 3년 국채선물 포지션을 대거 늘렸다. 누적 순매수 포지션은 오전 11시 1만5천여계약까지 늘었다.
그러나 이 총재의 통화정책 발언이 전해진 직후 포지션을 줄이기 시작해 오전 11시20분 1만2천계약까지 축소했다.
두 수장 회동을 재료로 보고 움직인 것이라면 기대가 어긋났다고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이후 외국인은 3년 국채선물 포지션을 오후 1시46분 기준 1만5천700계약까지 다시 늘렸다.
당일 재료보단 큰 그림을 보고 움직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금통위가 연내 1회 인하 후 추가 인하 가능성을 닫지만 않는다면 현재 금리 수준에서 매수가 유리하다는 의견도 많다.
최근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의 매수 움직임도 보험성 매수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총재 기사가 나온 후 밀렸던 것(금리 상승)은 사실이다"며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현재 금리 수준에선 매수가 유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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