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미국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거래되고 밸류에이션이 닷컴 버블 시기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한 가운데 월가 스트래티지스트들 사이에선 '고밸류에이션이 뉴노멀'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미국 현지시각)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뱅크오브아메리카(NYS:BAC) 주식 전략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나간 시절의 평균으로 회귀를 기대하기보다 현재의 멀티플을 새로운 정상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인공지능(AI) 도입 가속화와 견조한 기업 실적 성장에 기반한 월가의 발상 전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야후파이낸스는 전했다.
샘 스토발 CFRA 리서치 수석 투자 전략가는 "지난 20년 기준으로 보면 S&P500 지수는 장기 평균 대비 약 40% 높은 프리미엄에 거래되고 있다"며 "하지만 빅테크가 시가총액과 이익 성장을 주도한 최근 5년간 기준으로 보면 프리미엄은 한 자릿수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수십 년 단위로 보면 고평가처럼 보이지만 기술주 주도의 시장 구조 속에서는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는 밸류에이션이라는 분석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최근 "시장 밸류에이션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발언은 1996년 앨런 그린스펀이 닷컴 버블 3년 전 언급한 "비이성적 과열" 발언과 비교되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당시에도 그린스펀 경고 후 나스닥은 오히려 5배 상승한 뒤 버블이 붕괴됐다.
리솔츠 웰스 매니지먼트의 배리 리솔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의 고점을 맞히려는 시도는 오히려 큰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며 "투자자가 고점을 예측하려 들면 성공 확률은 매우 낮다"고 경고했다.
시장의 베테랑 에드 야데니는 "현재 S&P500 지수의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2.8배로, 1999년 버블 직전 25배 정점보다는 낮다"고 짚었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1990년대 말에는 정보기술과 통신서비스 업종이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했지만, 이익 기여도는 23%에 불과했다.
반면 지금은 두 업종이 시가총액의 44%를 차지하며 이익 기여도도 37%에 달한다.
이는 밸류에이션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익 성장 기반이 뒷받침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야후파이낸스는 전했다.
진 골드먼 세테라 파이낸셜 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는 "올해 시장은 놀라운 랠리를 보였다"며 "3~5% 수준의 단기 조정은 가능하지만, 오히려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강한 국내총생산(GDP) 성장과 견조한 소비 지출, 풍부한 대기 자금을 근거로 당분간 약세장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투자자들이 연말 랠리를 쫓아 공격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멜트업(melt-up)' 위험이 더 크다고 그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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